brunch
브런치북 나쁜 교사 08화

8장. 거대악 2 - 청렴이라는 콤플렉스

그들은 반성하지 않아. 절대로.

by 당신들의 학교
2024년 부산시 교육청은 청렴도 평가 1위를 했다. 같은 해 부산교육감은 회의중 쌍욕을 시전하여 구설수에 올랐고,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해제되었다. 이들에게 청렴이란건 대체 뭘까?


각 시도교육청은 '청렴'을 아주 좋아한다. 각 시도별로 별의별 '청렴사업'들이 존재하고, 그 사업들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어 교육청의 청렴도(?)를 경쟁한다.


청렴사업은 교사를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에게 비난과 비웃음을 사고 있는 사업이다.


예컨대 청렴 서약서가 있다. 학교에서 계약을 할 때마다 계약당사자에게 청렴할 것을 서약하는 종이를 하나 더 붙이는 것인데, 무려 감사 지적 대상이다.


이게 뭔가 싶지만, 교육청은 이 종이가 붙어있으면 청렴한 것으로 본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르겠다. 정상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너무 난해한 일이다)


교육청에 전화를 하면 청렴에 대한 밝고 활기찬 노래가 나오고, 청렴 ucc, 청렴 만화, 청렴 콘텐츠 공모전을 하고, 청렴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시상하고, 청렴이란 단어를 어딘가 더 끼워 넣을 때가 없는지 그야말로 혈안이 되어있다.


이쯤 되면
교육청이 아마도
가장 청렴하지 못한 기관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니까 청렴이 콤플렉스인 것.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들은 청렴하지 않은 것일까?








예전에 오장풍이란 분이 계셨다.



폭력 수준으로 초등학생을 체벌한 것이 동영상에 찍혀 파면처분을 받은 사람(나중에 불복하여 재심 끝에 파면은 취소된 것으로 안다. 더 이상의 근황은 구역질이 나서 찾아보지 않았다)인데, 암암리도 아니고 '당연하게' 존재해 오던 교사의 체벌 문화를 일시에 가라앉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체벌이 있어왔고, 명확한 규정도 없는 데다 체벌을 용인하는 사회분위기 덕에 사실상 폭력행위가 빈번했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40대 이상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있었던 일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교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사과했는가. 반성했는가가 내가 따지고 싶은 부분이다.


학교에서 누군가 교사에게 심하게 맞았다면, 그 학교의 교사가 그것을 모를 수 없다. 학생의 비명소리, 교사의 욕지거리, 학생들이 전하는 소식.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공범이다



인권의식이 지금과 달랐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면 최대한 이해는 해 보겠다. 그래서 지금은, 교사들은 반성하고 있는가. 교사를 대표해서 누군가 사과한 적 있는가.


청렴을 최우선가치로 삼고, 심지어 점수를 매겨 경쟁까지 하는 교육청에게도 물어보자. 반성한 적 있는가. 재발방지를 위해 올바른 체벌의 기준을 연구하고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교사들을 조사하여 문책할 것은 문책하고 경고할 것은 경고한 적 있는가.


아니면 혹시

재수 없게 걸렸으니

다들 알아서 조심하길 바라는가.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주장으로는 학생을 즉각 통제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대한 무제한 면책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통제되지 않는 사실상 체벌권을 교사에게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면서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교사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또 하나, 청렴이라 하면 돈 문제가 빠질 수 없다.


바로 촌지.


물론 요즘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김영란법이 없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을 테지만, 다행히 강력한 법이 만연한 촌지문화를 일소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촌지를 받아먹은 교사들은?


반성했는가?


검색기술이 딸리는지, 기억력이 엉망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사들이 그동안 있어왔던 촌지문화(?), 촌지를 받고 심지어 강요하던 짓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


멀쩡히 월급과 수당을 받으면서도 법으로 하게 되어있는 근무지 외 연수를 거의 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휴식으로 사용하는 편법을 대규모로 저지르는 행태를 볼 때, 촌지를 받던 것을 반성할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청렴하려면

누가 보지 않아도

정당하지 않은 돈은 거부해야 하고

법령을 지키고

나이를 떠나 사람에게 의롭고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제안을 하자면,


청렴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촌지를 받은 적이 있는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은 비공개라도 반성문을 쓰시라.

즉각적인 학생 통제 방법과 아동 학대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지 말고 (그건 때리겠다는 말이니까), 좋은 방법을 찾으시라.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동일 업무의 동료가 50만 명인데,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고? 중국축구 같은 건가?

그리고 교육청은 이제 청렴사업은 모두 접으시라. 업무경감이 별게 아니다.

교육부는 제발 41조 연수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라. 적게 잡아도 수천억이 그냥 교사들의 휴식에 사용된다. 연수를 받을 사람은 연수를 받고, 나머지는 근무를 하게 해라.




keyword
이전 07화7장. 가짜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