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뉴스가 아니야. 여론조작의 과정이지.
오늘도 역시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아서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뉴스이므로, 전문을 옮겨보겠다
이 기사는 여러모로 황당한데, 어쩐지 교사들과 관련한 기사 중에는 이런 류의 기사가 많으니 눈여겨보시기를 바란다. 어떤 부분이 이상하고 불합리한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
우리나라에 언론사만 수 백개는 될 테고, 이들이 수많은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건 무가지로 찍어 뿌리건 할 테니, 그런 보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검색을 해도 찾기 힘든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특별히 사람들에게 회자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혹은 그런 사실이 없었는데) 이를 빌미 삼아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
교사의 입장에서, 초등학생의 오후 3시 하교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기도 하지
원래 정상적인 기사라면,
초등학생의 오후 3시 학교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싣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다수의 여론이라던가, 언론사마다의 지향점에 따라 비판적인 논조로 쓰거나 옹호하는 측의 사례에 더 힘을 줄 수야 있겠지만, 관련한 논의를 전하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찬반의 입장을 전해야 옳다.
그런데 이 기사는 완전히 편향되어
한쪽의 입장만을 전하고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 '전교조의 입장문도 사실이고 민주당의 입장도 사실이니, 우리는 그저 사실을 전한 것뿐'이라고 항변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한쪽에서 주장하는데,
그게 기사거리가 되겠냐
이건 굉장히 나쁜 기사인데, 전혀 없는 사실을 가지고 여론의 방향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하나를 뚝딱 만들어보자.
학부모연합 "전교조의 학생체벌 전면 시행, 결사반대"
- 반인륜적 범죄 행위, 국제적으로도 문제
- "전교조 '사실 아냐, 검토한 적 없어'"
읽어보니 어떠신지?
전교조는 체벌을 시행하려 하고, 그것은 반인륜적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가? 사실이 아니고 검토한 적 없다는 내용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시는지?
학부모연합이라는 단체의 입장문 하나만으로 아무 근거 없이 만들어낸 기사의 제목이다.
이것이 기사로써 가치가 있는가.
내친김에 몇 가지 더 만들어보자
전국학부모연대 "교원에 김영란법 적용 예외 강력 반대"
- 사실상 촌지 부활, 도 넘는 요구
- 전교조 "사실 무근, 검토한 적 없어"
전국중학생연합 "학생 질문 금지 법안 강력 반대"
- 학생의 교육권 침해, 교사로서 자각 없어
- 교사연합 "금시초문, 루머일 뿐"
아무 근거 없이 내가 만들어낸 기사의 제목과 부제이다.
그러니,
이런 류의 기사는
잘 보고 거르시라.
1) 학생이 피로하다고? 웃기시네!
너무 어처구니없는 근거라서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방과 후 수업이나 각종 학원뺑뺑이를 생각하면 초등학생의 '정서적 체력'을 걱정하여 오후 3시까지 수업이 어렵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 교사 책임 증가가 우려된단다.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작년부터 유독 시끄러웠던 교권타령 때문인지, 교사들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교사의 책임이 늘어납니다"
라고 하면
"어이쿠, 그렇잖아도 교권이 추락했는데, 책임이 더 늘어나면 누가 교사하겠어요? 책임이 더 늘면 안 되죠!"
라고 할 것 같은가?
교사는 1주일에 40시간의 근로의무가 있고,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근무시간 안에서의 수업이나 학생관리는 당연한 교사의 책임범위이며, 이것이 대폭 늘어날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그동안은
그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책임에 대한 과실만을 따먹으며
호의호식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근무시간 안에서라면, 책임을 지시라.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지는 않나 보지?
3) 학생과 학부모의 하교시간 선택권 침해? 개웃기네
이거부터 하나 짚고 가자.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일찍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팔자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8시 20분에서 8시 40분 사이에 등교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이유야 어쨌든 이것이야말로 '학생과 학부모의 등교시간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다.
학생은 어리석고 자율적인 통제나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우므로 교사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교사들이 갑자기 무슨 선택권이란 말인가.
하나 덧붙이면, 그렇게나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것에 질색팔색을 하는 사람들이 3시하교에 대한 입장에는
초등학생 3,4학년 중의
71.2%가 반대한다고
친절하게 수치까지 들어서 알려주네?
조사를 했다는게 대단하다. 정말.
4) 교사의 수업준비 및 상담과 업무시간 부족? 빨리 퇴근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실체가 모호한 수업준비라는 것 말이다.
우리는 모두 학교를 다녀봤고, 자녀가 있다면 자녀도 학교를 다닐 것이다.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일까?
함부로 판단하는 건 무례한 일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근거는 두 가지 정도
1. 초등학교에 근무했을 때, 교사들의 조퇴가 그렇게나 많았다. 평일은 물론이고, 금요일 오후 2시면 주차장에 차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업무가 바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신규 교사가 아니라면 초등 수준에서 수업연구할 내용이란 게 학습 관련 자료를 찾아서 교보재를 만드는 수준일 텐데, 연구수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본 적이 없는 데다 교과서나 학습보조로 나오는 각종 자료는 '완전히 만들어진' 것이 많다는 점이다.
하나 더 꼽자면, 매일의 수업연구 성과를 보고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수업연구와 적용에 대한 가이드나 감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조퇴를 밥 먹듯 하는 교사들이 무에 그리 열심히 수업연구를 하겠냐는 추측도 있다.
상담과 업무시간은 어떨까?
그러니까 교사들의 주장은 평소에 상담과 업무로 바쁜데, 학생들이 3시에 하교를 하게 되면 그 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논리인데
일단 상담의 경우는 예약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상담시간이 다른 업무시간과 겹치지 않음은 물론, 미루거나 적당한 시간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약제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허들이 되어 상담의 수요를 확 줄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업무의 경우는 교사마다 사정이 다른데, 정말로 업무가 바쁜 교사도 있고, 정말로 바쁜 시기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포기할 만큼
중대한가?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나 조퇴하는 교사가 많았다.
초등학생의 오후 3시 하교를 추진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잘못된 기사이므로, 내 맘대로 찬성의 입장을 주장해 보겠다.
오후 3시 하교는
학생의 학습권을 위한 것이다
초등학생의 높은 사교육 참여 비율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충분하지 않은 공교육"을 채우기 위한 것이 상당 부분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즉, 현재의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충분하지 못한 교육"이라는 뜻이다.
이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유지시켜야 하는 학교에게 있어 큰 실패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일차적인 노력은 '충분한 시간 동안의 학습'이다
교사의 책임과 교사의 업무와 교사의 시간을 생각하는 동안
학생의 학습권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나는 이 기사가 현재의 교사들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뜬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식적으로 회자된 것은 2018년이고, 현재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하지만 실체를 찾기 힘든, 게다가 사실무근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문'을 전교조가 내었다?
그리고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입장문만 가지고 언론 보도가 되었다?
이건 마치,
내가 이번 대선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그것이 여러 언론에 나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1. 가스라이팅, 발자국 남기기
초등교사의 업무 수준, 교사 1인당 학생 수, 각종 공무직과 방과 후 교사의 학생관리 비중 증대 등으로 '욕먹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하여 미리미리 예상된 이슈에 떡밥을 던져놓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물론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다. 이 기사처럼)
2. 전교조 내부단속용
명재완 사건으로 초등학교 교사들의 전투력(?)이 떨어지자 이슈를 만들어 내부단속 겸 전교조의 전과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인 추측
3. 전교조의 착각
정말로 민주당에서 해당 정책을 공약으로 한다는 정보가 들어와서 전교조 나름으로 정식 대응했는데, 이 기사거리도 안 되는 사건을 기사화한 경우. 실수라 하기도 좀 그렇고 약간 개념 없었다?
4. 민주당의 거짓말
기사의 논조로 보아 상당히 가능성이 낮아서 (거짓이라면 기사에서 까발렸을 테니까) 기각.
어쨌거나 찜찜한 기사였다.
교육 관련 기사는 정말 잘 읽어야 한다. 아예 보지 않으면 속이 편할 텐데, 알고리즘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