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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멈춤의 날

그렇잖아도 이걸 공교육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어

by 당신들의 학교

2년 전.


모두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서이초 사건.


ChatGPT가 뽑아준 서이초사건 타임라인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일이라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럼에도 다시 서이초사건을 꺼내는 이유는 아래의 기사 때문이다.




기사 전문은 여기로



몇 가지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수사결과로는 교권침해와 관련이 없다.


타임라인에서도 보듯이, 서이초 사건의 수사결과 교권침해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세한 보고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학부모의 민원이나 괴롭힘이 사건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다는 것일 게다.


그럼에도 교사단체는 서이초 사건을 '교권침해'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고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기정사실인 것처럼 퍼뜨린다.


다시 말한다.


서이초 사건은 교권침해나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 수사결과이다.




2. 공교육 멈춤의 날은 위법이며 도덕적으로도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다.


먼저 위법성을 얘기해 보자.

공무원의 파업은 불법이다. ILO에서 합법화를 권고하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현재는 불법이다. 공무원이 불법 파업을 한 역사는 개국이래 처음이 아닐까?

기사에도 나오듯이, 교원들은 '병가'를 사용하여 출근하지 않고 '공교육 멈춤의 날' 시위에 참여했다.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이다.



도덕적으로도 따져보자.


7월 18일에 사건이 발생하여 여름 내내 교원단체들이 들끓었다. 그런데 왜 단체행동을 개학 후인 9월 4일에 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론이 있다.


방학 중에는 교원들이 죄다 휴가, 휴식 중이므로 잘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론

개학을 하고 파업을 해야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을 겪게 되므로, 이른바 연대책임의 징벌적 파업이라는 이론

개학을 했지만 여전히 일은 하기 싫은 교사들을 위해 겸사겸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날짜를 그렇게 잡았다는 이론.


우스갯소리처럼 적어놓았지만, 이 이론들을 보고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것은 이후의 명재완 사건에서 교사들의 태도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처음에 가해자가 돌봄 교사로 잘못 알려졌는데, 정교사와 혼동되니 교사가 괜한 비난을 듣게 되었다며 호칭정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비난의 원인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을 지나


꾸준히 제기되었던 '나는 본연의 업무인 수업만 할 테니 외부에 위탁하라'는 책임감 없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살인자를 옹호하고 학부모들을 '적'으로 보는, 교사라면 가져서는 안 되는 시각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교사들의 막무가내식 '우리 편 감싸기'와 이기주의는 뭔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중인 듯한데, 공교육 멈춤의 날이 정말 순수한 추모나 정당한 항의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3. 기막힌 것은 그들이 들이대는 '숫자'다.



81%의 비율을 들어 마치 객관적이고 심각한 상황인 것처럼 말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교사가 응답한 설문조사는 '실태조사'의 참고사항일 뿐 실태조사가 될 수 없다.


교사들이 내미는 '숫자'들은 조작, 담합, 변형, 왜곡할 수 있는 단순 설문일 뿐이다.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는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 교사들이다.


교사들이 학기 중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며 '열악한 처우'에 대해 성토하면서도, 실제 연가 사용을 조사하는 것에는 극렬히 반대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학기 중 연가 사용을 못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되는 조사인데 이를 한사코 거부한다. 일각에서는 실제 대부분 교원들은 본인 연가를 학기중 모두 소진한다는 제보가 있다.



숫자를 하나 더 보도록 하자.





초. 중. 고등학교 교원의 수는 약 50만 명.


2015년부터 10년 7개월간 누적 자살 건수는 189회.


숫자를 들이대니까,


무언가 많고
심각하며
객관적일 것 같은가?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15년 이후 10만 명당 25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통계청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찾기 쉬운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 자료로 비교해 보자.


교원의 자살률은 대한민국의 평균 자살률의 1/6, 1/7에 불과한 '아주 낮은' 수준이다.


단순히 수치에 근거하여 세상을 등지신 분들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단체로서, 입법기관으로서 평균 자살률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살률을 들이대며 보호를 논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공식 수사결과와는 다르게 특정 사건을 토템 삼아,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숫자를 들이밀어 스스로의 안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기막히다.



교사의 아동학대 등 비위 사실은 피해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심대한 문제이고,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은폐, 협박, 강압에 의한 진술이 용이하다.


교사보호를 우선시하고

무분별한 민원에서 보호한답시고
민원의 허들을 높이면

교사에 의한 범죄는
쉽게 드러날 수 없게 된다.



애초에 교사단체가 무능하고 나태한 교사, 범죄나 비위를 저지른 교사를 집단에서 퇴출하고자 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노력을 해왔으면 '민원'에 대한 나의 시각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명재완 사건 이후에 교원단체의 반응이 있었는가?


있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교사를 매도하지 말고, 정신적 압박감이 심한 교직에 대한 이해를 높여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했다.


서이초사건으로 '죽지 않고 가르칠 권리'를 주장하는 교사단체는 명재완 사건으로는 '죽이지 않고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교사단체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기념일 삼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보았을 때

그날은

공교육이 마지막 선을 넘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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