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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Feb 22. 2022

우리가 와인은 왜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지?

술이야기

"선생님, 우리나라는 최첨단 핸드폰을 개발하여 전세계에 내다 팔고 자동차도 성능이 좋아 수출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물건을 잘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진 우리가 와인은 왜 거의 다 수입에 의존을 해야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와인에 대한 강의를 나가면 수강생들이 종종 물어 보는 질문이다.


대답은 이렇다.

지구상에는 수만가지 종류의 포도가 있다. 이들  일부를 와인 만들기 좋은 양조용포도와 먹기에 좋은 식용 포도로 나누어   있다.

양조용 포도는 보통 알이 작고 비교적 씨앗이 크며 껍질이 두꺼워 먹기가 불편한 대신 당도가 높고 향이 농축되어 있다. 수확을 앞둔 여름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 기후를 가진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라 주품종이 되었다. 이런 기후적 요인  아니라 비가 오더라도 쉽게 배수가 되는 자갈밭이나 척박한  토양을 가진 지역에서도  포도는  크기 때문에  나라들은 일찍부터 와인 제조가 발달했다.


반면 식용 포도는 알이 굵고 과육이 풍부하여 먹기에는 좋으나 양조용에 비해 당도가 낮고 향이 적다. 수확하기 한두달 전 여름철에 비가 많이 와서 열매가 쉽게 탱글탱글 부풀어 오르는 지역인 한국, 일본등지에서 주로 재배한다. 땅이 물을 많이 머금어 포도 나무가 뿌리를 많이 내리지 않아도 쉽게 수분을 열매로 올려보내 충실한 열매를 맺는다. 고래로 이지역에서는 이러한 기후와 토양에 맞는 포도를 재배하여 왔고 그래서 식용포도가 주력 품종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은 시원한 냉장고에 넣어두면 육즙이 상큼하고 풍성한 먹는 포도를 주로 생산하는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양조용 포도나무


자고로 사림들은 자기 땅에 적합하고 병충해에 잘 견디며 수확량이 많은 농산물을 재배하여 이를 먹으며 또 술도 담근다. 양조용에 적합하지 않은 포도를 길러야하는 한국에서는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 '토미(登美)'와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품질의 와인을 제조한 것 처럼 우리도 노력하면 어느정도 가능할 수도 있고 또 해 보아야하겠지만 문제는 경제성이다. 중, 저, 고가를 막론하고 와인 강국의 가격과 이미지를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국제 와인 시장은 엄청난 공급과잉 상황이다. 와인 강국에서도 매년 수억 유로치의 남아도는 와인을 사들여 연료로 만드는가하면 포도나무를 뽑아내는 농부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질 좋은 와인은 수입하고 질 좋은 핸드폰을 수출하는 편이 쉽고 이로운 것이다.



슈퍼 마켓에 장을 보러 가보면 최근 딸기 값이 무척 올라 있다. 가격표를 눈여겨 보지않고 그동안 장을 보아 왔기에 딸기의 가격이 전에는 얼마였는지 나는 사실상 잘 모르지만 요즈음 만원 가까이 책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 정도면 많이 비싼듯했다.

마켓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동남아로 수출이 잘 되어 공급량이 적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라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비로소 비싼 가격이 이해도 되었고 그래서 바구니에 쉽게 집어 넣지 못했어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딸기 가격: 32,800원


직원의 말 그대로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한국산 딸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한다. 우리나라 딸기는 다른 나라 것보다 맛이 좋고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 할수 있어서 홍콩과 싱가포를 등지에서 인기가 최고라 한다. 지지난해에만 해외에 6백억원어치 이상을 팔았고 지난해는 홍콩에만 2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고 한다. 딸기는 다른 과일에 비해 과육이 연하므로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려면 빠른 운송이 필수적이기에 딸기만 싣고 가는 화물기를 띄운다 한다. 딸기를 태우고 갔던 비행기가 돌아올때는 바나나로 손님을 바꾸어 태우고 오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수막이 걸리지 않을 농축산 상황이 되면 좋겠다.


"여기서 뭘 잡고 계신 건가요?"

한국의 땅끝 마을은 한반도의 남서쪽 가장 먼곳 해남에 있다. 이와 비슷하게 영국 섬 남서쪽 가장 먼 지역이 영국의 땅끝 마을 콘월이다. 작년에 G7 정상회담이 열려 한국의 대통령이 다녀 오신 곳이기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지명이다.

몇년전 그 부근 바닷가를 여행하던 도중에 어부들이 구멍이 송송 뚫린 플라스틱 통에서 달팽이를 닮은 무언가를 잔뜩 쏟아 내어 손질하고 있기에 궁금하여 물어 보았다.

"웰크입니다. 웰크whelks."

whelk 골뱅이


가만히 어선에 다가가 보니 바다에 사는 달팽이들이 나무 상자 안에 그득그득 담겨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것을 잘 먹나요?"

원래 서양 사람들은 이런 류의 어패류를 즐기지 않기에 이상해서 다시 물어 보았다.

"아니요. 우리는 맛이 없어 안 먹어요. 먹는다 해도도 이스트 엔드-East End, 런던 동북부의 낙후된 지역 이미지가 있었으나 현재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되고 있다.- 뒷골목에서나 파는 싸구려 먹거리예요."

"그럼 이 많은 것을 계속 잡아서 어떡하려는 겁니까?"

이 말을 듣자 어부들은 더욱 신이나 보였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골뱅이를 주어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부 수출하지요. 지구 저편에 사는 한국인들이 무척 좋아한답니다. 그 분들 덕에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가 이렇게 자-알 살고 있습니다."


골뱅이를 손질하는 영국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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