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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Apr 20. 2022

코크 스크루 수집 IV- 집중

술 이야기

하루는 이웃에 사는 선배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검도를 취미로 하는 그분이 일본도도 수집한다고 하길래 구경하러 간 것이었다. 제일 구석진 방 벽장 안에서 가죽으로 둘둘 감은 큰 꾸러미를 하나 내놓았다. 꾸러미를 열러 헤쳐보니 두거운 한자로 잘 감싼 칼 6개를 내놓았다. 얼마나 애지중지 갈고닦았는지 모두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 섬뜩한 기운까지 전해졌다. 두어 개만 칼집에 박혀 있었고 나머지는 칼자루도 손상된 것이 있어 다루기가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자루가 없는 칼은 푸른 녹이 서려 있는 것으로 보아 연도가 꽤 되어 보였다. 

양쪽이 날이 있는 칼이 '검'이고 한쪽에만 있는 칼이 '도'-아니면 반대이던가?- 라는 사실만 아는 내가 보기에도 상당한 명품으로 보였다. '놀랍습니다. 이런 훌륭하고 멋진 컬렉션을 하고 계시다니....'라고 말씀드리자 오히려 선배가 더 놀라는 터였다. 지금껏 아무도 자기 수집품에 대하여 알아주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겨우 6개 가지고 수집했다고 해?'라는 눈치였다고 했다. 

collectible japanese swords


수집가들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분야는 단연 장서 가이다. 예전에는 학식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어느 집이나 대개 서가가 있다. 일부러 수집하지는 않더라도 버리지는 않고 계속 쌓아두므로 책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미래에 책을 더 사용하게 될 것이라 여겨져 버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나의 지적인 생활 흔적을 버리기 싫은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다중적이면서 풍부한 원천을 가진 책 수집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단순히 수집품으로만 여겨서 책의 인쇄 날짜와 장소, 판과 쇄, 종이 질과 활자체를 확인하고 나면 다시는 펼쳐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초판만 수집하는 수집가, 특정 출판사나 특정 작가의 책만 수집하는 장서가, 길쭉한 책 혹은 작은 책만 모으는 애서가 등 백인백색 실로 다양하다. 18세기에 발간된 금박 가죽 장정의 많은 책들은 소장용으로 팔려 나갔다 한다.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은 채 서가에 꽂혀만 있는 그야말로 장식품에 다름없었다. 실제로 그 시대의 유럽 장서가들 마저 한 책을 두 권씩 샀다한다. 한 권은 독서용으로, 한 권은 보관용으로.
  

장서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하여 이제는 책이 흔하고 가짓수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로 책을 기증하겠다면 도서관조차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불과 15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발행된 책을 한 부씩 다 모아 소장하겠다."라고 기세가 당당하던 토마스 필립스(영국, 1792-1872) 같은 장서가도 있었다.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나 인쇄된 모든 것에 대한 열정을 바칠 모든 여건을 갖추었으나 결국은 그의 이상이 처참하게 실패로 끝나 강박증의 주인공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희귀본 

인쇄술의 발달과 지식의 욕구 증대로 책의 발행이 너무 광범위해지고 거대해지자 이제는 신간은 무시되고 고서와 희귀본을 중심으로 책을 수집하게 되었다.  "보존을 위해서는 수집품을 고가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더라"는 필립스의 과거의 인식이 현재도 통하는 말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와인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하고 생활이 윤택하던 유럽에서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코크 스크루를 많이 디자인하고 생산하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은으로 고급 휴대용 코크 스크루(Pocket Corkscrew)를 주로 만들었고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인형 모습을 한 것이 많이 제작되었다. 유럽 몇 나라를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도 수백수천 가지의 많은 코크 스크루가 만들어졌으나 멋진 디자인은 거의 찾기가 힘들다.

Figure style corkscrew


코크스 크루 수집가는 오래전부터 있었겠지만 1970년대부터 그 수가 특히 많아졌다.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품목을 분류하던 몇몇 수집가들은 코크 스크루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책이 나오면서부터 다른 수집가들도 더불어 안목이 높아졌다. 더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구입과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더욱더 수집 열풍이 불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 천, 수만 가지가 넘는 코크 스크루들이 있어 우리 수집가가 그것들을 다 모으거나 만나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수집가는 장서가들처럼 어떤 특별한 타입의 코크 스크루만 수집하는 변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인형 모양을 한 코크 스크루만 모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샴페인 용기만 수집한다. 접이식 보우 스타일만 모으기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수집가는 아주 진귀한 영국 제품만을 모으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수집했지만 최근에는 한계를 느껴 풀러 스타일에 집중을 할까 생각 중이다.


Prong Puller

 풀러(Puller)는 나사 모양의 웜 worm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코크스 크루 모습과는 달리 손잡이에 길이가 조금씩 차이나는 두 개의 넓적한 날만 달려있다. 이 날이 영양의 뿔 혹은 포크나 갈퀴의 날(prong)과 같다 해서 프롱 풀러(Prong Puller)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소'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코르크 마개가 흔한 요즈음은 헌 마개를 다시 쓰지 않지만 귀하던 시절에는 코르크에 흠이 안 나게 빼내어 재 사용하는데 이 코크 스크루가 아주 유용했다. 빼는 도중에 코르크가 부서지거나 파손되었을 경우에도 이 코크스 크루가 쓸모 있다.

사용방법은 이렇다. 두 개의 날 중 긴 쪽을 먼저 병 입구와 코르크 마개 사이에 서서히 돌리면서 집어넣고 이어서 짧은 쪽도 반대편으로 밀어 넣는다. 두 날이 병 속으로 다 들어가면 다시 좌우로 살살 움직여 주면서 당겨 주면 코르크가 풀러와 함께 손상 없이 나오게 된다. 이런 방법을 실제로 보여 주면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하고 감탄을 한단다. 

그래서 별명이 '아소 Ah, S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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