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용 시뭔SiMone May 17. 2022

코크 스크루 수집 VI-가치

술 이야기

'수집을 위해서는 죽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나비나 딱정벌레처럼 죽여야만 보존할 수 있는 수집품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은유적인 표현을 뜻한다. 원래 놓여있던 환경이나 발휘했던 기능에서 전혀 다른 인위적 환경이나 질서 속으로 강제로 수집품을 편입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내 방안에 수백 개의 앤티크 코크 스크루들이 진열되어 있어도 나는 그것 들을 이용해서 와인 병을 따는 일은 결코 없다는 말이다. 

즉 수집품의 쓸모나 존재의 의미를 죽이는 것을 말한다. 동전 수집가가 빵을 사려고 모아둔 동전으로 지불하지는 않는다. 그릇 수집가가 밥을 담아 먹으려고 골동품 가게를 뒤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죽어있던 물품들은 수집품이 되자마자 새 생명을 얻는다. 그들은 수집가의 삶에 파고들어 어떠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며 스스로 법칙을 만들어내어 자기 존재를 밝혀낸다. 죽어있던 자신들에게 서로서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그들을 신봉하는 수집가의 마음속에 훨훨 되살아나는 것이다.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집품의 값어치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무엇이 그들을 소중하고 귀하게 만드는가? 

어째서 사람들은 이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옛 우표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작동법조차 모르는 베틀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옛 우표는 현재 편지 부치는 데 사용하지도 못하고 과거의 베틀로는 옷감을 짜지 못하므로 둘 다 현실적으로 쓸모는 없다. 쓸모가 조금은 남아있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그것이 수집의 목적은 아니다.

만약 그 물건에 가치가 있다면 쓸모가 아닌 의미 때문이다. 수집가의 눈에 소중해 보이는 그 무언가 상징적인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의미가 담겨있으므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프랑스 대사로 근무 당시 구입했던 샤또 라피뜨 로칠드(1787)가 진위 여부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 것은 그 와인이 맛이 있어서가 아니다. 와인의 맛은커녕 식초로도 먹을 수가 없을 터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와인병에 의미를 부여하여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수집품을 가치를 알수 있게 하는가?

1. 당연하게도 희귀한 것은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2. 평범한 스타일이더라도 모양과 크기 재질이 서로 다른 코크 스크루를 최대한 많은수로 모은다.

3. 수집품의 사용 여부에 관계 없이 흠이 적거나 없는 상태가 좋다.

4. 모조품이 아닌지 잘 구별하여야한다. 

5. 제조 회사의 로고나 마크 등 표시가 있으면 최상이다.



사실 내가 수집한 1000여 개의 코크 스크루 중 모두가 앤티크의 범주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제조국, 모양, 재료들이 어우러지면서 그들 서로서로에게 값어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코크 스크루라 하더라도 앤티크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 개개의 코크 스크루 하나 둘로서는 존재의 의미가 작지만 서로 다른 모양의 코크 스크루 이삼십 개가 모이면 수집품으로서 큰 의미가 만들어진

아울러 수집품 중에서 현재 세상에 남아있는 개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그 가치는 극대화된다. 



광적인 수집가는 자기 소유물을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한다.

이 세상에 한부만 남은 책을 소장했다고 뻐기던 유럽의 어느 한 수집가는 뉴욕의 어떤 수집상의 목록에 또 한부가 남아있음을 알자마자 뉴욕으로 곧장 날아갔다. 그는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서적 상인으로부터 책을 구입했다. 구입 후에 서적상에게 그와 같은 책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받고 서약을 하게 했다. 서약 후에 그 수집가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책을 불태워 버렸다. 그제야 그는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의 소장자가 다시 한번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코크 스크루 수집 V- 종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