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어느 여름날 "꺼억, 꿔. 꺼억, 꿕..." 돼지들이 술에 취해 제멋대로 소리를 내지르며 우리를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목재로 얼기설기 지어진 우리는 돼지가 이리저리 마구 부딪히는 관계로 박살 나기 일보 직전에 겨우 정상을 되찾았다. 뛰쳐나온 돼지는 양조장 전 직원이 비상소집되어 한쪽으로 몰아 가며 다시 우리에 집어넣어야 했다.
양조장에는 일꾼들과 배달부등 식구가 적잖았으므로 거기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많았다. 또한 술을 걸러내고 남는 찌게미도 처리할 겸 해서 뒤편에서 돼지를 길렀다.
한 여름이 오면 가끔 술이 시어져 팔지를 못하기 때문에 내다 버려야 하나 아까워서 대신 돼지에게 먹인다. 그 쉰 막걸리를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고성을 내뱉고 난동을 부리는 것이다. 사육장은 양조장 건물 뒤 비탈길 아래에 위치해 집에서는 좀 거리가 있었다. 200kg 가까이 나가는 요크셔 돼지가 고함을 질러 대면 동네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지곤 했던 1962년 우리 집 풍경이었다.
파스퇴르는 포도주를 산폐되게 하는 원인 미생물을 연구에 매달린 끝에 결국 찾아냈다. 그리고 발효가 끝난 포도주를 낮은 온도(60여도)에서 잠깐(30분) 가열하면 그 미생물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현재까지도 유용한 ‘저온살균법’으로 우유나 맥주 등을 주로 처리하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통하여 살균을 하게 되면 와인의 경우에는 맛이 변질되어 상품 가치가 없어지므로 쓰임이 제한적이다.
유럽에서는 미생물이 와인을 부패시키고 산패시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다. 안다 하더라도 질을 유지시키면서 동시에 미생물의 악영향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몰랐기에 발효조와 숙성 통을 닦아 내는 것에만 열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산화황의 이러한 효능을 알아내어 마침내 1900년대 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우리나라 사정은 한결 열악했다. 한국의 양조장 직원들은 이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날 때 까지도 막걸리의 발효조인 항아리만 열심히 씻어 낼 밖에 다른 방도를 몰랐다. 와인의 발효조인 나무통과는 달리 항아리는 세척의 효과는 조금 높았겠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의 유해 세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럽지 못했다. 씻는 도중에 비싼 항아리가 깨질까 봐 매우 조심스러웠을 것이며 세척제등 제반 사정도 여의치 않아 효과가 제한적임이 자명했다.
1970년대 초 내가 중학생이 되어 시골집에 내려왔던 어느 여름부터는 양조장 직원들이 발효조(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