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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Oct 18. 2022

거꾸로 살아가기

착각은 자유

"어때, 혹시 불안하지 않아?" 

오랜만에 놀러 오는 친구를 버스 터미널로 마중 나가 옆좌석에 태우고 돌아오며 물어보았다.

참고로 내 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이라 조수석에 타면 매우 불안할 수 있다.

"글쎄 차 자체는 눈에 익어 괜찮은데 이번에는 거리 방향이 반대라 꽤 어색하군."

친구는 의외로 크게 당황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일본 오사카 영사로 가 있는 아들 집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이틀 전에 귀국하였단다.  핸들이 우측에 붙어있는 차를 최근까지도 타 보았기에 구조는 익숙해졌는데 한국에서는 일본과 거꾸로 우측으로 운행하니 다시금 헷갈린단다.



자동차 업계에서 애시당초 오른쪽 핸들 차를 선호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영국의 마차는 너비가 좁아 채찍을 휘두를 때 옆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쉬웠다. 그렇게 되지않도록 마부는 주로 오른쪽에 앉았다. 이런 연유로 초기 자동차에는 오른쪽 운전석이 생겨 났다. 영국 영향을 받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이를 채택하여 오늘날까지 계속됐다.

반대로 미국 같은 광대한 국가에서는 쌍두마차를 몰 때 마부가 왼쪽에 앉는 편이 오히려 편리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운전자가 오른손잡이가 많기에 변속기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서 생겼다고도한다. 육상 트랙처럼 심장이 위치한 왼쪽으로 돌아야 심리적으로 편하다는 점도 왼쪽 운전석이 생긴 유리한 조건이다. 이 모두를 종합하여 프랑스, 독일등 여타 나라에서는 좌핸들을 채택했다. 


한국은 1905년 현재처럼 좌측 핸들을 처음 들여왔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도로취제규칙'을 적용하면서 일본처럼 우핸들로 바뀌었다가 광복 이후 미 군정 시절 재차 현재와 같아졌다. 



2002년 우리 가족은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 후 두 달여 렌터카를 타다가 폭스바겐 중고차를 사서 2년가량 끌었다. 다음에 2004년 재규어 S-Type 새차를 구입하였다. 

팔불출 같지만 이 아이 자랑 좀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참 잘생겼다. 부드러운 곡선의 클래식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이다. 완전히 동그란 눈알이 큰 것 작은 것 2개씩 얼굴에 붙어있고 입은 상어처럼 볼록하게 오므리고 있다. 게다가 빙하에서 흘러내려온 듯 옥색 옷 Glacier color으로 치장하여 우아하기 그지없다. 더불어 노란색이 가미된 베이지색 속살은 온화한 이미지를 가득 안겨준다. 본 고장인 런던 시내에서도 만나 보기 어려운 녀석의 자태는 한마디로 빈티지룩이다.


Jaguar S Type 2004


이 차를 런던 근교에서 쓸모있게 사용했지만 장거리 운행도 엄청 많았다. 통브리지, 사우스 햄튼, 에든버러, 옥스퍼드, 캠브리지등 아이들의 학교를 따라 영국 곳곳을 누볐다. 게다가 바다 건너 유럽 대륙까지 달려가 고락을 함께 한 추억이 많기에 우리 가족은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노인 축에 들지 못하지만 계속 같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앤틱 카가 될 터이다. 보통 30살이 되면 올드 카로 간주한다.



귀국을 하게 되면서 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13살 먹은 녀석에게 미안해하며 중고차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심장도 폐도 안 좋아 팔리기 전에 치료를 먼저 해주어야 한단다. 그러면서 중개상은 치료비로 £2,000를 요구했다. 몸값은 겨우 £1,000 (150만 원)쳐 주겠단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기에 현지에서 간단한 처치만 받게 하고 이삿짐으로 데려왔다. 1,500 파운드(한국 돈 200만 원) 삯을 주고 컨테이너를 통째로 전세 내어 배편으로 실어왔다. 인천 세관에서 세금내고 보험들면서 100여만 원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누가 찻값을 물으면 감히 450만 원 짜리라고 자랑한다.  



Left and Right Hand Drive


사람들은 내 차를 신기해 하면서도 혹시 거꾸로 운전하는데 애로 사항은 없냐며 걱정을 해준다. 하지만 나 포함 나의 가족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 가지 어려움은 주차 요금을 낼 때 약간 성가시다는 점이다. 웬만한 유료 도로는 하이패스로 해결되나 주차장은 그렇지 않아 다소 번거롭다. 예전에 사람이 돈을 받을 때는 그들이 직접 와서 받아가기도 했다. 요즈음은 신용카드를 쓰므로 일단 정차하고 내려서 조수석 쪽으로 가 단말기에 카드를 일일이 밀어 넣어야 한다. 그 외 불편함은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불편함보다 오히려 편리함이 월등 많다. 

첫째, 운전석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인도이므로 운전자가 타고 내리기 편하다. 

둘째, 도로상에서 정차중에 창문을 내리면 옆 차선의 운전자와 밀착 대화가 가능하다. 

셋째, 좁은 주차 구역에서 옆차에 바짝 붙여도 된다. 양쪽 차 모두 운전석 문 여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웃한 차와 서로 조수석이 맞닿기 때문에 가능하고 실제 가장 유리한 점이다.

넷째, 모임에서 술 안 마시려 작정했을 때 '내 차를 몰 줄 아는 대리 기사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다섯째, 운전하는 나를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 또한 즐길만하다.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여섯째,... 는 다음 글로 대신한다.

무인차 내부

하루는 모임에 갔다. 약간 어둑어둑한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내리는데 앞서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차가 요즈음 새로 개발되었다는 그 무인차인가 보지? 나는 TV에서 자율자동차는 본 적이 있지만 운전자가 없어도 움직이는 무인차는 오늘 처음 봤네!"



행여 요 녀석을 어쩌다라도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아는 체나 좀 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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