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갱년기

by 싸이먼K

청담대교를 타는 고가에 막 접어드는데, 먼 하늘이 확 나에게 달려든다.

새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여기저기 뭉쳐 자리 잡고 있다.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울컥 눈물이 핑 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쳐다볼 사이 없이 머리를 쳐 박고만 살았다 싶어서 인가?

이게 눈물이 날 일인가 싶지만, 어쨌든 찔끔 난 눈물을 쓰윽 훔치는데,

서럽다.


요즘은 누구를 만나도 나만 내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즐거운 일, 어려운 일, 고민되는 일, 속상한 일...

좀 친하다 싶은 사람들을 만나면 털어놓고는,

의논도 하고, 위로도 받고 싶은데...

특히나 요즘에는 내가 맞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은 경우가 더 많아진 것도 같아서...

나만 실컷 털어놓았는데, 상대는 프라이빗한 얘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당황스럽다.

이 사람 나랑 친한가 싶다.

예전에는 이런 기분 잘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자주 있다.


40년 지기 친구도 문득 생각해 보면, 내가 그놈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어려운 상황이 많아서 그런가 했었는데,

알고 보니 기쁜 일도 나랑 나누지 않은 게 많은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 친구가 진짜 친구가 맞나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친지도 문득 생각해 보니, 좋은 얘기만 한다.

고민되고 어려운 이야기는 안 한다.

가족들끼리의 대화에서도 프라이빗한 내용이 없으니, 사업 상 만난 분들과의 대화보다 더 건조하다.

이 양반이 나랑 가족이 맞나 싶다.


나만 이것저것 많이 털어놓는데,

나도 너무 많이 털어놓지 말아야지 하는데, 나란 사람은 그게 잘 안 되는지라

더... 서운하다.


50대에 찾아온다는 갱년기 때문이겠지?


100세 시대에 반쯤 살았는데, 좋은 기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주변을 돌아볼 좋은 기회다.

약간의 우울감으로 인해서 더 진지한 척 돌아볼 수 있겠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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