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영화평-7> '첩혈쌍웅'을 추억하며
* 오우삼 감독의 영어 이름이 John Woo라는 거.
이거 아는 사람이면 보시라.
* 그가 첩혈쌍웅 성공 후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 첫 영화가 바로 '미션 임파서블 2'.
시리즈 중 제일 평이 나쁘기는 하지만 톰 형님의 스타일리쉬 액션은 그런대로 볼만함.
* 왕년에 홍콩 느와르 좀 본 사람이라면 넷플릭스 리메이크 버전은 걍 하이라이트로 보시길...
* 나라면 첩혈쌍웅 찾아서 정주행!
첩혈쌍웅은 홍콩 누아르의 바이블.
주윤발 형님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의리를 말한다구!
1. 느와르
느와르(Noir)는 검정 색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필름 느와르'는 주로 암흑가를 소재로 다룬다. 느와르 영화가 시작된 곳은 미국이다. 1940~50년대에 제작된 어둡고 비관적인 주제를 다룬 범죄 영화들에서 기원했다.
'필름 느와르'라는 용어 자체도 프랑스 영화 평론가들이 미국 범죄 영화를 묘사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현대 느와르의 다양한 스타일과 미학은 프랑스 영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알랭 들롱(Alain Delon)이 주연한 갱 영화들은 느와르 영화의 전범이 되었다.
세상을 돌고 돌아 이 장르는 80년대 홍콩에서 꽃을 피운다. 이른바 '홍콩 느와르'
이 홍콩 느와르의 최고 아이콘은 누가 뭐래도 주윤발!
그리고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에서 그를 페르소나로 삼은 오우삼 감독의 연출 스타일도 홍콩 느와르의 주요 특징이 되었다. 홍콩 느와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 워쇼스키 자매 등 많은 감독이 홍콩 느와르 스타일을 차용했다.
2. 오우삼 스타일
슬로 모션 연출, 비둘기를 활용한 상징적 장면,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총격전은 오우삼 감독의 시그니처로, '첩혈쌍웅'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의 총격전은 지금도 수많은 액션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1946년 생. 80을 목전에 둔 노 감독의 감각은 리메이크 '더 킬러'에서도 아직 번득인다.
3. 같은 제목, 다른 세계
1989년의 첩혈쌍웅과 리메이크 작 더 킬러는 영어 제목만 같을 뿐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영화처럼 느껴진다. 전자는 느와르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후자는 그 정수를 현대적 껍질로 다시 포장하려는 시도다.
“1989년 영화는 킬러의 감정을 파고들었고, 리메이크에는 속도와 스타일만 남았다.”
첩혈쌍웅의 주윤발은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의리를 쏘아 올린다. 그의 눈빛은 한 편의 시이고, 한 번의 방아쇠는 한 편의 선언이다. 더 킬러의 '나탈리 엠마뉴엘'은 날렵하고 강렬하다. 그러나 그녀가 쏘아 올리는 것은 주윤발의 '의리'가 아니라 단순한 '생존 본능'이다. 현대적이고 빠르지만, 그만큼 감정적 깊이는 얕아졌다.
4. 첩혈쌍웅에는 비둘기와 폭발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완벽하게 공존한다. 비둘기는 구원이고, 폭발은 파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오우삼의 카메라를 통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더 킬러는 폭발만 남았다. 느와르의 고독감은 고속 액션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 영화는 "네온과 슬로 모션"이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액션으로 재구성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새롭지만 오래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첩혈쌍웅: ★★★★★
총알도 시가처럼 품격 있게 날아간다. 오우삼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완벽히 살아 숨 쉬는 작품.
더 킬러: ★★★☆☆
빠르고 화려하지만, 홍콩 느와르의 깊이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볼거리는 뭐 그럭저럭.
첩혈쌍웅은 한 시대를 정의한 영화다. 더 킬러는 그 시대를 복원하려는 시도지만, 진짜 문제는 그 시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속도로 느와르를 경험하고 싶다면 더 킬러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다시 한번 주윤발의 눈빛과 비둘기의 날갯짓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첩혈쌍웅은 단지 영화가 아니라, 느와르의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