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Sting , 1973 > 세상에서 가장 품격 있는 사기
# '영화적'이란 뭘까? 'TV적'이라는 말과 대척점에 있는 건가?
# 영화와 TV의 차이는 화면 크기에 있다. 과연 그럴까?
'텔레비전은 클로즈업의 예술이고, 영화는 풀샷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초기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관객을 잃어가던 영화 관계자들의 변명에 가까운 말인 듯.
# 스토리의 길이도 물론 다르다. 일반적인 TV 시리즈의 에피소드 길이가 영화보다 짧은 거는 당연지사. 그러나 TV 용 영화가 1970년대 이미 제작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단편영화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 요즘 같은 OTT전성시대에 '영화적'이라는 말을 정의하기는 참 힘들다. 아이맥스든 70mm 시네마스코프 대형 스크린이든 거실의 바보상자든 스마트폰이든... 영화라고 부르든 드라마라고 부르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어에서 온 관용어라 쓰기 싫은데도 불구하고... 썼네.)
'The Sting' 보다 더 '영화적'인 영화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궁금하면 찾아 보시든가)
#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의 금자탑이다. 이후 모든 케이퍼 무비가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언한다.
# '영화적'이라는 말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재미'다.
(물론 뻔뻔한 내 생각이다. 타르코프스키 류의 심각한 영화는 '영화적'이지 않다. 예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 550만 달러의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작품상 및 감독상, 의상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미술상,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예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상 가장 '영화적'인 영화다.)
# 테마곡 'The Entertainer'는 원래 있던 재즈 춤곡이다. 흑인 음악가 스콧 조플린이 작곡한 곡이다.
이 영화에 삽입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음악으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엔터테이너'라는 원제 대신 '스팅'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버렸다. 이것도 지극히 '영화적'이다.
# 우리니라에는 1978년 11월에서야 뒤늦게 개봉했다.
1983년에 '스팅 2'라고 제레미 카건이 연출한 2편도 나왔으나 절대 보지 마시라.
# 이런 영화는 평점이 없다. 평하는 게 아니다.
‘영화적’이라는 단어처럼 애매한 표현도 없다.
영화평론가, 감독, 심지어 관객까지 마치 암호처럼 쓰지만, 정작 그 뜻을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적인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냥, 영화 같잖아요.”
그렇다. 느낌은 있는데, 설명은 없다.
하지만 '스팅(The Sting, 1973)'을 보면 그 막연한 단어가 선명하게 형체를 얻는 듯하다.
이 영화는 ‘영화적’이라는 말이 왜 존재하는지를 입증한다.
그것도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현실보다 더 정교하게 꾸민 거짓으로, 현실보다 더 진한 진실을 느끼게 하는 것.
(소설로는 느낄 수 없고, TV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스크린만의 마법 같은 게 있겠냐만은...)
1. 미장센 ; 화면 속 인물과 조명, 공간의 구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회화적 질서.
2. 몽타주 ; 편집의 리듬으로 이야기를 압축하거나 확장하는 시간의 조형물.
3. 판타지 ; 말할 필요 없지?
이 셋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영화는 ‘영화적’이 된다.
'스팅'은 193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사기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사기꾼은 주인공들이 아니라, 감독 조지 로이 힐이다.
장면과 장면을 구분하는 삽화 같은 컷 전환,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그리고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완벽히 계산된 표정 연기.
이 모든 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맞물려,
관객은 ‘이야기’보다 ‘연출의 리듬’에 속는다.
우린 이미 속고 있다는 걸 알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냥 속아준다.
“속았는데, 좋다.”
이것이 영화적 쾌감의 본질이다.
영화적이지 못한 스토리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만다.
영화는 ‘경험을 설계'한다..
어떤 드라마는 감정을 설명하지만,
영화는 빛, 거리, 편집으로 감정을 ‘조형’한다.
'스팅'을 TV 시리즈로 만든다면 그저 사기꾼들의 이야기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적인 영화에서는 음악 한 소절, 카메라 틸트 한 번으로
‘유머와 긴장, 우아함’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이건 ‘드라마틱’이 아니라 "시네마틱"한 것이다.
'스팅'의 진짜 주인공은 음악과 편집이다.
피아노 선율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사기꾼들의 리듬, 시대의 재치, 그리고 관객의 심장을 통제하는 시간의 메트로놈이다.
이 리듬에 맞춰 편집은 재즈처럼 흘러간다.
결국 우리는 영화의 ‘템포’에 춤추며 속는다.
'스팅'은 바로 그 ‘품격 있는 거짓말’의 최고봉이다.
사기꾼들의 쇼지만, 사실 진짜 연출자는 조지 로이 힐,
그리고 진짜 피해자는 — 스스로 속는 걸 즐기는 우리다.
우리는 속고, 웃고, 결국 박수를 친다.
그게 바로 영화다.
영화는 사기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품격 있는 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