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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J Jul 15. 2024

다양성을 확장을 위한 '역지사지'

[날마다 읽기 009] 공감의 반경 - 장대익

퇴사하고 나서야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전부터 눈여겨봤던 온라인 독서모임에 합류했다. 독서모임 이름은 <노후대책 - 노년에 후외없이 대비하는 모임> 이다. 중년의 여성기획자들이 모인 느슨한 모임이다. 3주에 한번 정도 모이면서 책의 한 챕터를 읽는 정도의 속도로 진행한다. 독서모임을 오랜만에 하는데 어쨌든 기한이 정해져있으니 책을 완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읽으셨지만 나는 6월부터 합류해서 첫 책으로 <공감의 반경 - 느낌이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를 읽었다. 



책은 어렵지 않았다. 직관적인 공감보다는 '역지사지'를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고력의 공감이 사회의 다양성을 확장한다는 이야기다. '역지사지'는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남편에게서 많이 들은 말이다. 내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종종 남편은 '역지사지'를 해보는 게 상대방을 머리로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감정을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래서 책을 더 쉽게 읽은 것도 같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오래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에 대해서 10년 넘게 생각해왔다. 소수자, 노인, 여성, 장애인 등등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왔는데 여러가지 실험 이야기를 덧붙여 얘기해주니 좀 더 쉬웠다. 공감의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회전하는 물체의 밖으로 향하는 힘과 안으로 향하는 힘에 빚대어, 공감하는 상대를 확장하는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공감의 원심력이 더 많이 필요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만, 혹은 사람들끼리만 돈독해지는 직관적인, 감정적인 공감의 구심력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년을 해온 문화다양성 사업이 막을 내리게 된 이유는 차별금지법 관련해서 여성단체의 강좌를 홍보했는데, 극우 기독교 단체 및 학부모 단체 등에서 시장 취임식에 맞춰서 몇 만명 단위의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한 것에 의사결정자들이 굴복하여 강좌가 불발된 데 있다. 극우 단체들은 공감의 구심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고,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공감의 원심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협박하고 위협하는 사람들은 정말 막무가내다. 그런 사람들에게 굴복하여 승리감을 안겨주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실망했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해온 사업이고, 그나마 회사에서 숨통을 틔어주는 사업이었는데 그게 없어지니 회사를 더 다닐 이유를 못 찾은 것이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서 VR을 통해서 타인의 삶을 체험하고 직관적인 공감을 늘리고, 관련된 사회적인 제도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고의 공감을 늘리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관련 리더십 교육을 사업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VR이 살아남은 분야는 재난구조, 군사훈련, 의사훈련 등 과정의 위험을 낮추고,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는 교육분야라고 한다. VR이 사회의 많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대중화되지는 않아서 무엇이 장벽일까 궁금한 가운데, 인문사회교육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서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파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늘 두 세권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완독하는 기쁨도 있다. 가벼운 인문사회서적으로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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