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내려앉는다

[우울증 환자 생존기] 어디로 가는 걸까

by 마담 J

지난주 목요일까지 새벽3시까지 일을 했다. 프로젝트의 중간보고를 마치고 주말까지 좀 쉬었다. 중간중간 다른 프로젝트들을 챙기면서. 월요일에는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눈이 많이 와서, 내가 바빠서 사랑이 산책을 거의 못해서 사랑이 산책을 했다. 낙엽이 많은 곳이 미끄러웠다.


화요일에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당장 제출 자료는 없으니 언니들과 엄마, 아빠와 밥을 먹었다. 역시 일을 하려고 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남편도 걱정을 한다. 이러다가 또 밤 새는 거 아니냐고. 나도 걱정이다.


수요일. 엄마 병원에 다녀왔다. 수면제 때문인지 졸음운전을 해서 눈을 좀 붙였다.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탈진했다. 저녁 일정을 하지 못했다.


목요일. 또 누웠다. 머리가 아프고 몸에 기운이 없다.


금요일.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연락이 왔다. 답보 상태라고 답했다. 또 누웠다.


몸이 가라앉으니 마음도 가라앉는다. 토요일에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의사 선생님이 "8부 능선을 넘었다. 정상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했는데, 우울하다. 꿈에서는 자꾸 일에 쫓기고 있다.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계속 뉴스만 보고 있다.


힘을 내서 몸도 움직이고 일도 하고 활력을 찾아야 하는 건 알겠는데, 도통 기운이 나지 않는다. 남편은 먹는 걸 좀 잘 챙겨먹으라고 하는데, 나름 챙겨먹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뭘 먹는 것도 귀찮다. 잠 자는 시간이 늘었다. 밖으로 나가고 좀 움직이면 나아질거라고 하지만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 씻지도 않고, 양치만 겨우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맞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이 잠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잘 자려고 노력하는데, 밤에는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수면제를 조절해서 먹으라고 했는데 수면제를 먹으면 약이 정해준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꼬인다. 꼬인 스텝을 풀다가 어영부영 일주일을 쉬었다. 이제는 정말 일을 해야할 때인데, 각성이 되지 않는다.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면서 살아야겠다. 엄마 병원에 오랜만에 다녀오면서 엄마의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혈관 관리가 이슈로 떠올랐다. 뇌의 소혈관들이 막혀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아직 1월 검사를 더 해봐야 진단이 나올 것 같다. 엄마의 상황을 듣고 엄마를 제일 많이 닮은 나 역시 당뇨가 아닐까 겁이 낫다. 너무 많이 피곤한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었다. 혈당 체크기를 샀다.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이 다시 우울해지는 것도 싫다. 삶이 다시 가라앉는 것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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