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울컥거리는 울음을 삼키며
지난 화요일 밤부터 울컥거리는 울음이 계속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이틀은 내 머리 위에만 쏟아지는 죽음의 가루와 안개, 비를 무참하게 맞고 있다. 오늘 하루만, 이 한숨만 참고 견디면 다시 내 머리 위에도 해와 달과 별이 뜰거라며 달래고 기다리고 인내하고 있다.
남편은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고, 나도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고 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지나간 20년의 세월을 복기하는 기념품을 받아서인가? 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서투르고 미숙했지만, 열의와 진심이 차고 넘쳤던, 그래서 죽고 싶지만 생기가 흘러 넘쳤던 순간들과 동시에 억울하고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들이 함께 떠올라서였을까? 이제는 다 지나와서 괜찮아졌다는, 모든 것이 다 괜찮아졌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도 아직 나에게 아픈 기억이 많아서 다시 동요하는 걸까?
금요일 저녁까지 뛰어내리고, 칼로 목과 온 몸을 긋고 싶은 유혹을 참으며 쓰러져있었다. 금요일은 남편과 저녁을 먹는 날인데 오랜만에 둘이 외식을 했다. 그 시간이 약이 되었는지 서서히 내 머리 위의 죽음 구름이 흩어져갔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고, 월, 화, 수 오늘까지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남편은 내가 표정이 계속 안 좋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자주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 멍해진다. 잠도 들쑥날쑥 자고, 쇼핑을 하고 있다. 택배가 계속 온다.
프로젝트는 휴지기이고, 새로 시작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어딘가를 가야한다는 걸 할 수 없는 것 같다. 밤새 드라마를 보거나, 밤새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아침이 되면 쓰러져서 잔다. 해야할 일들을 미루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저 닥친 일을 해내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면서도 자꾸 미루게 된다.
지난 일주일이 끔찍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면서 어떻게든 스스로를 붙잡아두느라고 힘들었다. 이 성당 저 성당을 가도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훌라를 추는 것이 도움이 되었고, 1년만에 내 돈 주고 훌라 옷을 샀다. 손목 밴드와 화관도 구입했다.
주식을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사야하는데, 하루종일 엉뚱한 쇼핑몰만 보고 있다. 그 사이 주가는 2900을 찍고 3100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버는 사이 나는 돈을 쓰고만 있었다. 당장 들어올 돈도 없으면서. 남편은 이런 나를 잘도 봐주고 있다.
이번주에 병원에 가야하는데 병원도 안 갔다. 약이 다 떨어져가니 이번주에는 꼭 가야하는데. 어디로도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그저 사람같이 움직일 때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뿐이다. 남편이 하라고 하는 일만 겨우 한 두개씩 하고 있다. 사랑이 산책을 시키라거나, 냉장고의 된장국을 버려야 할 것 같다거나, 뭐라도 좀 먹으라고 하는 것들. 남편에게 냄새를 풍길까봐 씻고, 남편이 또 걱정할까봐 빨래도 하고, 그릇도 닦고, 머리카락도 줍고, 남편이 힘들까봐 그래도 저녁에는 집을 돌아다닌다.
원인은 모르겠다. 원인이 무엇이든, 나는 내 머리 위에만 검은 재가 쏟아져내리는 며칠을 꿋꿋이 버텼고, 조금씩 걷혀가는 구름 사이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울컥울컥 치솟는 울음을 삼키고 있지만, 강도와 빈도가 낮아지고 있으니, 진흙탕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5년의 여름이 이렇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