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일기] 긴장감의 새로운 세계
당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떤 '유형'의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 중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금 되세요? 제가 거기 앞을 지나가요!"하는 사람들이다.
타이밍만 맞으면 초 스피드 거래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생필품을 올렸는데 10분도 안 되서 "안녕하세요? 지금 구매하고 싶어요". "판매자님?" "판매자님, 제가 지금 그 앞으로 가고 있어요" "가능하세요?" 라며 폭탄 메시지를 날린다. 메시지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집에 들어오면 핸드폰을 나 몰라라 하는 타입이어서 초창기 거래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차단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핸드폰을 소리로 해 놓고, 즉각 반응했다. 다급한 구매자를 안심시키며 나갔더니, 근처에서 운동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매물을 발견하고 다급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60대 가량의 젊은 노년의 여성이 발을 동동 거리며 서있다.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다. 마침 다 떨어져서 마트에 사러가야하나 하는 시점에 내 매물이 올라와서 너무 반갑다며 아이처럼 기뻐하셨다. 당황스럽지만, 너무 재미있고 유쾌한 거래였다. 키친타올 몇 개에 그렇게 기분 좋아하시다니, 나도 기뻤다.
반대로 같은 물건에 대해 무려 3주에 걸쳐서 "지금 당장 가능하세요?", "10분 후에 가능하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나타났다. 비 정기적으로 이 곳을 지나는지 다양한 시간, 다양한 요일에 물어왔다. 확실히 이 물건을 살 사람이기는 한데, 잠깐의 틈도 타인에게 맞춰줄 의향은 조금도 없는 이였다. 우편함이나 문고리 거래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거기에는 아예 반응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자신의 시간과 동선 효율에 맞아야 거래를 하는 사람 같았다. 2~3번의 거래가 그렇게 무산되고 나도 '될 데로 되라지'라는 마음으로 잊고 있었는데, 또 메시지가 왔다. "당황스럽긴 하시겠지만, 20분 후에 가능하세요?"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다. 나가보니 차를 돌리려고 정문에서 경비아저씨와 씨름을 하고 계신다. 다행히 게이트를 순조롭게 통과하여 초스피드로 물건을 받고 "잘 쓸게요"라는 말을 남기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물론 약속을 잡고 그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는 건 큰 긴장을 동반한다. 약속 시간에 못 맞추면, 조바심이 난다. 이런 일을 피하려고 문고리 거래만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택배거래만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매번 약속 대면 거래를 하다가 문고리와 택배 거래를 해보니, 후자가 긴장감이 100배는 낮다. 그런데 이런 번갯불 거래는 또 다른 도파민이 있다. 과연, 나는 이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색다른 긴장감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 웃기고, 조금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이 유형의 사람들은 어쩌면 '초계획형'-스스로의 시간에 한정-이거나, 짜릿한 쪼는 맛을 즐기는 '초즉흥형'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내 입장에서 전자의 경우,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후자라면 덩달아 스릴을 즐기며 웃긴 한 순간을 보내게 해준 고마운 경우다. 그러니까 기왕이면 후자로 생각하기로 한다.
당근 거래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래서 다들 당근~ 당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