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일기] 떠나보내는 마음
사랑이, 자차보유멍!
식집사 2기를 시작하면서 엄마집에 있던 모든 종류의 식물을 잘라오고, 물꽂이로 키우게 되면서 각종 유리 화병과 다른 식물들을 사기 위해 당근을 다시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뭔가를 사고 판 거는 이번이 처음인데, 한동안 꽤 빠져있었고, 마지막으로 화분을 하나 사고 멈추기로 했다. 당근으로 판 금액만큼 뭔가를 많이 사들였다.
얼마 전에는 사랑이 유모차를 구입했다. 사랑이는 아직 5살이라 유모차를 탈 필요가 없지만, 너무 뜨겁거나, 보슬보슬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날에는 유모차가 있으면 그래도 바람을 쐴 수 있을 것 같아서 구입하기로 했다. 당근을 찾아보니 3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엄청 다양했다. 나는 모양을 봤는데, 남편은 프레임이 튼튼한지를 봤다. 우리는 5만원 선에서 사고 싶은데, 7만원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그 안에 해당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모차가 접히는지 물었다. 그 중에 2명 정도가 답변을 했는데, 한 명이 밤 늦게 연락이 왔다. 늦은 밤 미안하다면서 유모차가 접히고, 약간의 손잡이 까짐이 있으며, 7만원에 올렸지만 5만원까지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과 의논하고 사기로 했다.
유모차를 받으러 차를 가지러 가기까지, 안내도 잘 해주고 무척 친절했다. 좋은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갔다. 미리 장소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모차 접히는 것과 사용법을 간단히 확인하고, 차에 실어주었는데, 내가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아.. 저희 아이는 두 달전에 떠났어요. 17살이었거든요."
순간 당황했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가 유모차를 생각보다 싫어해서 파는 경우들도 있어서 그렇게만 생각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 아이는 5살 이요.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서둘러 정차한 차를 출발시키면서 보니, 내가 출발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떠난 아이의 유품을 받는 것이 꺼림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내 이건 17살 아이의 삶과 아이를 끝까지 지킨 보호자의 사랑이 담긴 아주 소중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다시 한번 올라왔다. 그 아이의 아빠는 나를 보는 게 아니라 17살 아이의 흔적이 떠나는 걸 보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차를 운전해서 오는 길에 조금 울었다.
당근 후기는 보통 AI가 써주는 것을 보내거나, 혹은 체크리스트만 보내는데 이번에는 직접 썼다.
"아이가 옷 입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너무 덥고 비오고 추운 날 써보려고 샀어요. 잘 쓰고, 잘 키울게요. 감사합니다."
남편에게 사연을 말하면서도 좀 울컥했다.
아직 저녁에도 덥고, 아스팔트 열기가 빠지지 않은 시간이라 유모차 시승으르 해보기로 했다. 본체는 세탁했다고 했는데, 손잡이에 달린 주머니는 세탁을 하지 않았는지 그 아이의 사료냄새가 훅 하고 올라왔다. 마음이 찡했다.
다행히 사랑이는 금방 적응했다. 보통 쇼핑몰에서 유모차를 타면 언제나 서서 주변을 경계하느라 바빴는데, 이번에는 좀 서 있다가 앉아서 앞을 보기도 했다. 다행이었다.
이제 궂은 날에도 집에서 주리를 틀지 않고, 바깥 바람을 쐴 수 있다.
좋은 보호자와 분명히 예뻤을 아이의 기운을 받아서 우리 사랑이도 17살, 20살까지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