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늙어간다는 것 - 엘케 하이덴라이히
나이듦, 노년과 관련된 기획일을 처음 한게 아마도 14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만난 여러분야의 전문가들, 예술가들, 기획자들과 여전히 연이 닿고 있고,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나이듦'과 '노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주제와 연관된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고, 때로는 관련 주제로 강의도 하게 된다.
'나로 늙어간다는 것' 이라는 꽤나 젊잖고, 우아한 표지의 책 분위기와는 달리 내용은 거침없고, 힘차고, 역동적이며, 솔직하고, 유쾌하고, 통쾌하다.
80대의 독일 국민 작가인 엘케 할머니가 수십년 동안 소개해온 책들의 명 구절들과 함께, 자신의 명 구절들을 줄줄줄 남겨놓은 책이다. 2024년 독일어권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논픽션이라고 한다. 68세대의 힘찬 젊은이가 2020년대에 어떤 노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몸으로 어떤 삶의 방향과 끝을 향해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멋진 책이다.
예전에 채현국 할아버지가 남긴 여러 뼈있는 말 중에 "좋은 노인이 되려면, 젊을 때부터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엘케 할머니도 똑같이 말한다. 나이든다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살아온대로 사는 노인의 시간이 있을 뿐이라고.
일이 한가하고 의미는 있지만 딱히 돈이 되지도 않고, 어떤 결과물을 얻으려는 것도 아닌 '무용(useless)'한 일들로 2026년을 보내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혹시 노인이 된다면 어떤 노인이 될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밑줄긋기
*결국 우리 삶은 다가오는 뭔가를 위한 리허설이 아니다. 현재가 바로 인생 자체다. 현재를 잘 활용하자.
*행복은 탁자와 의자를 껑충껑충 뛰어넘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고 명랑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쾌활하게 체념한다. 하지만 대놓고 반항하는 것은 금지다. 아직은 아니야, 이게 다일 리가 없어! 마치 행복에 대한 관리가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늙어가는 것은 종종 누적 과정으로 묘사된다. 질병, 통증, 주름 같은 것이 더해가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박탈 과정이다. 자유, 존중, 즐거움 등 우리가 전에 당연한 것으로 소유하고 누렸던 모든 것을 점차 빼앗긴다.(제인 캠벨)
이렇게 빼앗기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박탈당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살지 말고 현재에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과거의 일들이 자꾸 생각나면서 종종 과거를 미화하고 낭만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를 자꾸 돌아본다고 해서 현재가 더 견딜 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깨어서 적극적으로 현재를 살 때 현재는 의미를 획득하고 더 살 만해진다.
*우리 삶의 첫 40년은 텍스트이고 그 다음 30년은 그에 대한 주석이다.(쇼펜하우어)
*나이는 옷과 같을 뿐. 평생 멋지게 입고 다니든가. 아니면 그냥 아무렇게나 지저분한 모습으로 무덤에 들어가든가.(도로시 파커)
*아, 너희는 정말 모르는구나. 마치 나이가 들면 자동으로 다른 사람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늘 싸워온 사람은 여든이 되어도 싸움을 멈추지 않으며 많이 사랑했던 사람은 연령 제한에 이르렀다고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정열의 불꽃은 전보다 잦아들겠지만 사랑과 다정함은 결코 쇠하지 않는다.
*철학자 한스케오르크 가다머는 고독과 고립을 구분했다. 고독은 (자발적인) 포기이고 고립은 상실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단념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