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치료를 하고 계시네요!!

로고테라피요? 제가요?

by 강마

오랜만에 상담에 갔다. 일정이 있어서 한달 반 만에 갔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의 나의 무용하고 무의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삶의 태도를 갖게 되었나에 대해서 돌아봤다. 특히 나의 무용한 삶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로 최근의 인류학 세미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눴는데, 다른 글을 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인류학자의 주요 개념을 나의 중증우울증 탈출기에 적용하는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회사가 도대체 무엇이건데 이렇게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나, 회사를 다니고 그만두고의 차이가 이렇게 극렬할 일인가 하는 부분에서 '사회성이 모자란 인간', '왕고집', '저만 잘난 사람' 같은 일부 타인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좀 슬펐다. 정말 그런 의미였을까? 내가 모자라서였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번 인류학 공부를 통해서 인간너머의 세계를 포함한 기호작용에 대한 이론들을 돌아보면서 어째서 '회사'가 나에게 그렇게 길고, 깊고, 커다란 데미지를 주었으며, 내가 어째서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공황에서 우울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이번 공부의 가장 큰 의미였다. 하나의 '형태 form' 으로서 나의 기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지속적인 좌절을 안겨주었던 틀이 회사였고, 그걸 박차고 나와서 나는 제대로 숨도 쉬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건 '숲이 생각한다'는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정리할 수 없고, 평생 의문으로 남기고 갈 문제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나는 큰 공부를 한 셈이다.


상담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완전 의미치료를 하셨네요!!"라고 했다. 빅터프랭클 박사의 로고테라피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의미치료요? 그런가요? 이게요?"

"네. 지난 경험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되셨잖아요. 명명하게 되셨잖아요."



8주짜리 호스피스 교육을 듣고 있는데, 호스피스 환자와의 대화에서 '로고테라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기 인생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대한 분노나 슬픔, 아픔, 고통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원인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 부정적 에너지를 쏟아 흘려버리고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다.



상담에서 돌아와서 빅터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시 읽었다. 내가 생각한 로고테라피와 빅터프랭클 받사가 말하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 희망을 갖는 것에 대한 것을 쉽게 일치시킬 수는 없었다.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인류학 담론으로 내 지난 시간을 재정의 하고, 명명하면서 한번 더 거리두기와 떠나보내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의미치료에 대해서는 좀 더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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