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이혼을 걱정하는 아내
부부상담을 받았다. 상담 재개하고 몇 개월만에 중간점검 차원에서 부부상담을 신청했다. 결과는 '지금 적당한 시기에 딱 잘 왔다'였다. 상담 가기전에 컨디션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상담을 마치고 나서 컨디션도 올라오고 안정되었다.
상담을 같이 가자고 제안한 건 나였다. 요즘은 잘 지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돌봄을 해야 하는 남편은 괜찮은지, 사실은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속 마음을 알고 싶기도 하고 남편의 정신건강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안했다. 또 하나는 내가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는데 남편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주는 첫번째 주제만 다룰 수 있었다.
그이도 힘들 때 투정도 부리고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 이해하면서도 내 마음이 섭섭해지고, 힘들어서 이 사람이 나랑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하고 자동 연상이 되었다. 서운하고 염려되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이가 힘들다고 하면 기운이 빠졌다. 상담선생님은 그런 자동 연상이 합당치 않다는 걸 알고, 남편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남편이 힘들다고 하면 '그럴 수 있지, 그럼 어떡해. 이미 결혼했는 걸' 하고 뻔뻔해져야 한다고, 내가 맷집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남편과 헤어지면 살 수가 없을 것 같고, 이런 의존적인 내가 싫기도 하고, 이런 의존적인 내가 그이에게 부담될까봐 또 염려되고, 그럼 헤어지나? 걱정하는 무한루프에 빠졌다.
상담선생님이 남편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자고 했다.
남편의 고민은 차원이 달랐다. 내가 죽을까봐 걱정된단다. 연락이 안 되면 혹시 자해를 하거나 자살시도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불안하단다. 얼핏 짐작은 했다. 내가 핸드폰을 놓고 가거나 카톡을 확인을 안 하면 남편은 연락이 닿는 순간, 마음을 놓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곤 했으니까. 남편이 매기는 나의 컨디션 점수가 10점 이하일 때는 특히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를 혼자 둬도 괜찮은 건지 불안했다고.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만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란 드라마를 보고 내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나도 혹시 입원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상태가 나쁠 때 드라마의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혼자 두면 안 되지 않을까 했다고.
남편은 내 손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언제까지라도. 지금 잘 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면 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는 이혼하지 않는다고. 나를 끝까지 지켜준다고 했다.
나도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살 충동을 억제하는 가장 큰 힘은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 그 자체다.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보는 것. 남편, 형제자매, 부모님, 조카들, 사랑이. 상담선생님도 많은 자살 충동자들이 그렇다고 알려줬다. 세상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들을 남기고 죽을수가 있나.
삶을 지탱하게 하는 건 '사랑' 그것뿐인 것 같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고 나서 보니 세상 그것보다 소중한 건 없는 것 같다. 잃기 전에 미리 알아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매진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이렇게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서 깨닫는 진리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해왔음에도 내가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나 시간이 오래 걸리다니, 바보같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라도 알아차린 순간이 소중하다.
상담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탕후루를 처음 먹었다. 옛날 황금잉어과자처럼 쌩설탕맛. 거기에 달콤하고 과육이 듬뿍 흘러넘치는 맛이 매력적이었다. 불량식품 맛의 매력이라니. 인생도 이렇게 불량식품처럼 달콤하고 매력적으로 살아야지 싶었다.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