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몸의 이야기를 듣기
오랜만에 새벽에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저녁에 커피를 마신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컨디션도 잘 유지하고 있고. 많은 유투브 건강컨텐츠에서는 커피를 끊으라고 많이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조증 약 부작용으로 찐 살을 빼면서 간식을 끊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마실 것을 달고 있다. 물과 과일차, 홍차, 그리고 한 번은 커피를 고르게 된다. 되도록이면 커피는 아침이나 점심 때 먹는데 어제는 주말이고 해서 밤에 마셨다. 저녁에 운동하고 난 이후 수면은 많이 잡혀서 큰 부담없이 먹었는데, 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누구는 커피 로스팅 과정이 태우는 것과 비슷해서 발암물질을 만든다고 하고, 누구는 호르몬의 작용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끊어야 한다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느끼기에는 후자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잠을 못 자는 거는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후와 밤에 마시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 사실 안정제를 먹고 있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는 것도 맞지 않는다. 하루에 안정제를 두 알씩 먹으면서 중간에 커피를 먹으면 이게 말이 안 되는 거다.
750ml 빨대컵을 샀다. 하루종일 마실 것을 찾는데 좀 더 쉽게 마시고 싶기도 하고, 빨대로 마시면 뭐든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도 나서 여러 날, 여러 주를 고민하다가 샀다. 주로 물을 담아 마시는데 집에 하루종일 있으니 끓인 물이 하루 반만에 동이 났다. 컵으로 마시면 이 정도 속도는 아닌데 빨대로 마시니 물 줄어드는 속도가 장난이다. 물을 마셔야 하는데 안 마셔서 걱정인 분들은 빨대컵을 추천한다. 나는 오덴세의 레고트 라인 빨대컵을 샀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용량에 비해 무게감도 적당하다.
선생님하고 운동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간동안 곡소리가 나는데, 내가 매일 숙제를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운동 강도를 좀 높이셔서 이번주에는 운동하고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잤다. 선생님이랑 운동한 통증이 이틀은 간 것 같다. 그래도 잠을 잘 잘 수 있고, 샘이랑 운동하는게 재미있어서 견디고 있다. 선생님이랑 운동한 날은 확실히 밤과 아침의 대사량이 다르다. 1.4kg씩 빠진다. 숙제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선생님과 하는 것처럼 모든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걸 하니까 그 정도로 빡쎄지는 않아서 생활하기에 약간 당기는 정도의 강도가 된다. 그래도 매일 밤 운동하고 난 이후에는 통잠으로 7시간 정도는 잘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오늘은 3시간 반만에 깬거다. 잠을 많이 못잔 다음날은 먹는 것도 많이 먹게 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밤을 새면 많이 먹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조증 약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먹을 걸 달고 산 이후로 약을 바꾸고, 상담과 운동 선생님 상담한 바로는 그동안 인슐린 스파이크가 떨어지는 순간 없이 계속 하이텐션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단번에 약물 바꿨다고 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공복시간을 가지고, 간식도 끊고, 인슐린을 높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신차리고 노력한게 3주 정도 되었고, 그 동안 3~4kg이 빠졌다. 선생님 말로는 꽤 많이 빠진거라고 한다. 7~10kg이 찌는데는 2~4주가 걸렸는데 빠지는 시간은 그 배가 더 드는 것이다. 게다가 매일 같은 운동량과 같은 식사량으로는 빠지지가 않아서 두 가지 모두 조금씩 강도를 높이고 변화를 주고 있다. 몸은 정직하다고 하는데, 먹으면 바로 찌고 빠지는 건 하세월이다. 주말에 두 끼 챙겨먹고, 외식하면 바로 2kg이 쪄버리고 빼는데는 2~3일은 걸린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이 사는데 얼마나 적은 양의 음식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다.
법륜 스님이 일년에 한번 8일간 대중들과 단식을 하며 명상 워크숍을 하시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소금만 먹고 8일을 살 수 있느냐 물으니 대답하셨다. "평소엔 남의 살, 고기 먹고 사셨죠? 단식 기간에는 내 살 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말 대중에게 확 와닿는 말을 어찌 이리 잘 고르실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은 대체로 사서 먹는데 오래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다 고기로 만든 국들이다. 곰탕, 육개장, 오리탕, 삼계탕 등등. 된장찌개도 고기가 들어간 것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두부나 채소가 들어간 국들은 내가 직접 끓여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먹기가 힘들다. 남편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다.
내가 무엇을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건 재미도 있고, 얻는 것도 있다. 알러지 때문에 고기를 몇 년을 먹지 않다가 결혼하고 조금씩 먹기 시작해서 이제는 고기도 잘 먹는데, 여전히 고기가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사상체질 하는 한의원에서는 한국인의 70%는 고기를 안 먹어도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나와 남편이 그렇다. 그 70%가 먹어야 하는 식단을 보면 거의 사찰 수행자의 식단이다. 살이 아니 빠질 수 없는데 몸은 가벼워져서 좋기는 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회생활 하는 사람이 지키기는 너무 힘든 식단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겠다 싶은 순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게 되는데 좀 괜찮아지면 또 흐트러지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다가 죽겠다 싶으면 또 바꾸게 되고. 반복인 것 같다.
컨디션에 관한 일기만 쓰다가 먹고 운동하는 것에 대한 일기를 같이 쓰다보니, 좀 더 몸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었고, 작은 변화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어서 건강한 몸을 같는 것이 건강한 마음을 갖는데도 중요하다는 걸 차츰 알게된다. 마음의 이야기만 잘 듣는 게 아니라 몸의 이야기도 잘 들어야 하는 이유다.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우울증과 조울증을 겪어보니, 몸 건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몸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고, 나를 관찰하고 통제하는 행동이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어쨌든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한 삶,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좋으니 오늘 하루도 내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