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한 주

[우울증 환자 생존기] 마지막까지 짜내보는 힘

by 강마

컨디션 점수가 40점을 넘었다. 지난주중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해서 조금씩 더 괜찮아졌고, 나쁘지 않은 한 주를 보냈다. 중간에 회사를 나갔고, 그래서 마음의 파동이 없지는 않았으나, 하루를 운동과 일기들로 마무리하는 평온한 날들을 보냈다. 다음주중부터 2월까지 병가를 내려고 한다. 병원에서는 6개월은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휴가가 나오기는 힘들고, 할 수 있는 최장기간을 마련했다. 3월부터는 복귀하기로 했다. 2월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아지고, 일을 다시 시작해보겠다 다짐했다. 어쨌든 나는 일을 평생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매일 저녁에 운동하는 건 이제 한달이 조금 넘었는데, 이제 안 하면 하루의 할 일을 안 한 것 같아서 한, 두가지 간단한 운동이라도 꼭 하는 정도의 루틴이 되었다. 체중관리도 같이 하고 있어서 매일 몸무게 체크를 하는데 아직 안정기에 들지는 못해서 좀 더 빡센 운동과 식단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도 매일 운동하면서 건강한 저녁시간을 얻었다. 그이도 같이 운동을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쯤 그이가 쉴 때면 나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방탕한 저녁으로, 많이 먹고 운동 안 한 날도 하루 이틀 있지만, 대체로 저녁먹고 TV도 볼 게 없다고 느껴지면, "운동할까?"라고 서로 제안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었다. 평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운동과 일기쓰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스로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 중에는 혼자 시간보내기가 가능해진 것도 있다. 남편은 원래 TV를 좋아하고, 나는 책을 보거나 뭔가 쓰는 걸 좋아하는데 남편과 떨어져서 뭘 잘 하지 못했었다. 최근에는 남편은 남편의 시간을 보내게 하고, 나는 나대로의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홀로서기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기특하다고 여긴다. 원래 결혼 전에는 무엇이든 '혼자하기'의 달인이었는데, 혼자가 너무 지겨워질 때쯤 남편을 만났고, 그 이후로는 계속 뭐든 같이 하기를 바랬었다. 8년이 지나고 나서지만, 이제라도 '따로 또 같이'가 되는 내가 대견하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저녁 반주를 하는데 나는 술을 즐기지 않아 그게 늘 마음이 불편했는데, 서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인정해주고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어서 반갑다.


병가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남편과 의논했는데,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1년 동안 평온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게 완치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아. 평생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받느냐가 큰 이슈가 될 거란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지금 이만큼이라도 올라오고 있는 것도, 병가를 내고 쉰다고 생각하니 외부자극이 확 줄어들거란 기대에 더 안정을 찾아가는 거라고 본다. 다음주중까지 회사에 나가는 건 사업 마무리까지는 하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니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평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


언니가 말했다. 좋아지려고 노력하고 그럴 마음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맞는 말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시체처럼 누워있기만 하던 나에서 어쨌든 지금은 뭐든 해보려고 하니까. 지금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더 좋아지려고 하니까 좋아지는 것 같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러니까 더 좋아질 수도,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매일 새로 시작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변화라고 느낀다. 나 혼자 내가 좋아진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내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 선생님도 지난 번에는 약을 바꾸지 않으셨고, 상담 선생님도 잘 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게 맞나보다.


언제 또 롤러코스터가, 터널이, 파도가 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여유를 만들기까지가 6개월, 어쩌면 몇 년이 걸린거다. 정말 긴 터널이었다. 끝이 없는 터널일 줄 알았는데 다시 햇빛과 구름을 보게 되어서 마음이 가볍다.


9월부터 시작된 단발성 병가가 준 효과라고도 생각된다. 어쨌든 중간중간 회사에 나갔어도 계속해서 쉬는 시간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쉬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하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다. 왜 난 쉬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죄책감이 드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해주신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쉬어도 된다고 한 말이 그냥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의사라는 권위를 가지고 진단처럼 해주니까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남편 말대로 나는 상담 선생님, 의사 선생님, 운동 선생님을 잘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좋은 분들을 만나서 삶을 정돈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살면서 친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걸 많이 들었지만, 중년이 지나면서 보니 사람의 인연은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어서 친구들과의 인연도 많이 흐려진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매듭마다 적합한 전문가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나처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잘 만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도움을 청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의 중요성도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가족도, 친구도, 전문가도 해 줄수 없는 위로는 신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위안이 된다. 성당에 다닌지 이제 3개월, 교리 공부한지 2달쯤 되어가는데, 얼마전 흔들리는 내가 기도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누구도 나와 함께 해줄 수 없는 순간에 신에게 기도하며 기대는 나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정말 마음의 큰 위안이 되었다. 자신이 해줄 수 없는 일, 인간이 해줄 수 없는 일을 신이 해줄 수도 있다며 종교를 소개한 남편의 마음이 통했나보다.


정말이지 너무 오랜만에 괜찮은 한 주, 7일을 보내고 난 금요일 저녁은 평화롭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마음의 여유와 평안, 평화가 함께하는 지금에 감사하며, 계속해서 노력하고 매일 새로 태어나는 나 자신이 되겠다고 한번 더 다짐하는 주말이다.

이전 14화좋은 사람 생각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