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진땀이 납니다
몇 주 만에 공황이 왔습니다.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입니다. 필요시 약을 먹고 떨리는 손으로 글을 씁니다.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진땀이 나고 가슴과 손이 떨립니다. 왜 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몇 일 게으르게 보냈습니다. 연말 연초를 맞으면서 수시로 게을렀고, 최근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일기도 쓰고 운동도 했고, 좀 심심한 몇 날을 보냈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오랫동안 가봐야지 마음만 먹었던 곳에도 가고 가급적이면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날이 춥고 사랑이랑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서 요 근래는 집에서 심심하게 보냈습니다. 오늘은 사랑이 병원도 다녀오고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피해가며 언니랑 커피도 한잔하고, 저녁을 일찍 먹고 교리공부만 가면 되는데 갑자기 공황이 왔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잘 지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이런 공황은 언제 맞이해도 당황스럽습니다. 필요시 약이 필요치 않아서, 집에 그득 쌓여있어서 약도 추가로 타오지 않을 정도로 안정되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공황은 왜인걸까요?
지난 상담에서는 조증 증상일 때 나타나는 조급증의 이유가 내 안의 어린아이가, 놀고 싶고 신나는 걸 하고 싶은 어린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증상이라고 해서 즐거운 일을 많이 해주기로 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일까요? 마음대로 안 되서 그 어린아이가 심술을 부리는 걸까요?
조금 누워있으니 약이 도는지 숨이 돌아옵니다. 진땀도 멈추고. 떨리던 손도 진정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순간이 또 이렇게 지나갑니다. 아마 평생 낫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이런 순간을 마주하며 살아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도 있고, 이름도 압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요즘은 밤새 꿈을 꿉니다. 자는 동안 내내. 일어나서 자세한 건 기억 안 나지만 상당히 강렬한 꿈들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다만, 밤새 꿈을 꾸니 잠을 잔 기분이 안 듭니다. 어쩌면 그런 피로감 때문에 공황이 온 것일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최근에는 쉬는 것에 대한 다급함이 사라져서인지 하루를 게으르게 보내는데 다시 하루하루를 잘 보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게을렀던 지난 시간에 대한 알림일지도 모르니까요.
긴급한 상황이 지나갔습니다. 누구라도 불러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지나고 또 거짓말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이 찾아옵니다. 평범한 하루가 갑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무사하게 지나가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교리 공부하러 갈 채비를 합니다. 내게 온 공황에게도 각성하는 마음을 줘서 감사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