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의 삶] 감사합니다!!
카톡이 울린다. 아시테지에서 상을 타게 되었다고. 공연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카톡이 울린다. 엘지아트센터 상주단체에 매칭되었다고. 함께했던 포트폴리오가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고.
지난 5년여간 열과 성을 다해서 프로덕션에 매진했다. 교육프로그램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공연과 매칭되는 것들이어서 어떤 팀은 1년에 60회 이상 같은 프로그램을 매일 아침 가서 모니터링했고, 어떤 프로그램은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연속 기획해서 제작했다. 경영부서에 있다가 돌아와서 맡은 프로그램에 좋은 파트너를 찾아서 프로덕션에 매진했던 열매가 이제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 5년여는 내가 점점 심각해지는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힘들고,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 두 연락을 받고 보니 나 참 잘 살았다. 함께 일했던 예술가와 기획자가 덕분이라며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사례가 얼마나 있겠나. 나 자신, 참 잘 했다.
강준혁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 중에 '예술가를 사랑하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다. 지원사업 담당자로 일을 시작한 나로서는 대부분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예술가를 마주해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예술가들과 파트너십을 이루어 몇 년간 프로덕션에 참여하고 보니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 창작에 대한 갈망에 탐복하며 많은 면을 사랑하게 되었다.
기획자를 파트너라고 생각해주는 예술가를 만나기가 지원사업에서는 쉽지 않다. 기획사업에서도 소위 궁합이 맞는 이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나는 두 팀에 진심이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우리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온라인으로, 게임으로 기획을 풀어냈다. 고민도 많았다. 어떤 상황이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안 A, B, C, D까지 준비해가며 예술가들에게 이걸 꼭 해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회의가 들 때도 있었고, 전혀 시도해보지 않은 기술과 게임으로 프로덕션을 해야할 때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만들어온 지난 시간이 이렇게 발전된 팀들의 모습으로 내게 공유된 것에 대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로 정책기획사업을 하던 내가 공연과 교육, 전시 프로덕션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저 순환근무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심이었다. 함께 하는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하자,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어나가자는 생각이었다. 내가 진심일수록 그들도 진심이었다. 아이들과 만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그들의 진가는 아이들과 만나는 태도에서 더 빛을 발했다. 기획과 운영의 과정에서도 그들은 언제나 상대를 존중해주었다. 그만큼 나도 그들을 존중해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꼭 다음해에는 그만 둘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회사에 다닌 이유 중에는 그들도 있었다. 내가 문화기획자 생활 15년만에 사랑하게 된 예술가들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문화기획자라면 프로덕션을 꼭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오랫동안 함께 프로덕션을 발전시켜가는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나의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나를 파트너로 받아준 예술가들이 더 훨훨 날아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맘껏 하는 예술가로 더 커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지난 5년간 허투루 살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기꺼운 휴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