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일주일을 보냈다. 날이 추워지면서 전시를 보러가겠다는 결심을 물리고 일주일동안 집에서 낮잠만 잤다. 쉬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일주일을 통으로 집에서 게으르게 보낸 건 처음인 것 같다. 날이 추워서 사랑이 산책도 안 나갔다.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잤다. 자면서 꿈을 꾸는데 꿈이 재밌어서 잠만 잤다. 깨고 나서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꿈을 꾸면서는 재밌었다.
1월도 다 갔다. 휴가가 2월까진데 1월이 다 갔다고 생각하니까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게으르게 보내면서도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이 기특하고 장하다. 외부 자극이 없으니까 기분도 유지되고, 좀 가라앉아도 빠르게 회복하는 편이다. 오늘 낮에는 날이 많이 풀려서 오랜만에 사랑이랑 산책을 다녀왔다. 움직이기 싫어도 사랑이가 있어서 움직이게 된다. 그게 고맙다.
사업 관련 회의를 어제 했어야 하는데 못했다. 내가 미션을 수행하지 못했다. 막상 구체적인 안건으로 들어가니 더 막막하고 머리가 아프다. 잠시 울적했지만, 금방 잊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뭔가를 하려면 내적 동기가, 절실함이 있어야 움직이는 편인데 그런 절실함이 아직 극에 달하지 않는 것 같다. 성당에서 말하는 '믿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믿음'은 내가 세우는 것인지, 내려주시는 것인지 궁금하다. 마음 속 간절함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상담을 갔다. 지금 나의 마음이 편안하다는 걸 알았다. 여러 마음이 있지만, 지금 현 상태가 만족스러워서 무언가에 대한 절실함보다는 안정적인 상태를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많은 선택지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남편과 사랑이와 그냥 잘 지내고 있는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만족이 너무 행복하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지만, 아무 생각없이 잘 쉬겠다고 했던 것 하나는 잘 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좋았다.
게을러도 괜찮다. 지금은 그런 시간이니까. 나에게 또 올 시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잘 지내면서 파도를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서 좋았다. 마냥 게으른 나를 질책하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는 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될까. 지금은 쉬어야 하는 순간이니까 지금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며 지낼 수 있는 순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도, 사업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싶기도 하다. 사랑이를 품에 안고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마냥 좋기만 하다. 묵직한 사랑이를 팔에서 느끼면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지내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