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설 명절이 지났다. 2월 중반이다. 이제 곧 3월이고, 회사에 돌아간다.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매일 점심때 쯤 일어난다. 오늘 꿈은 내가 얼마나 비겁하게 나태하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여줬다. 그냥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 요즘은 '우울증 환자 생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잘 살고 있다. 물론 죽음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컨디션 점수가 47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로 40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9점, 8점을 기록하던 때가 까마득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다가 내가 회사에 돌아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마음이 불안하다.
성당에 다니고, 기도를 하면서 어쩌면 내게 잘못한 이를 내가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설 연휴 때 안 가보던 지역에 식구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그 지역에 내가 끔찍해하는 직원이 산다. 그래서 혹시나 만나면 어쩌지 싶은 불안감에 말을 못하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세배하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너무 불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마음인데 회사에 돌아가는 것이 잘 하는 일일까?
명절마다 찾아오는 나의 친구가 있다. 제발 나의 능력을 믿고 사업을 하라고 했다. 그 회사에 있기는 너무 아깝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잔뜩 주고 갔다. 'DO IT'의 차이라고. 해보라고. 해보면 다 된다고. 그 친구의 용기에 뭐든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고 있다. 어디 가지도 않고 홈쇼핑보고, 낮잠 자고, 책 읽고, 사랑이 산책시키고, 커피 마시고, 성당가고. 지금의 내 삶도 나쁘지 않은데, 계속 이렇게 살지는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게으르게 사는 나 자신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꿈은 뭔가 다시 가면을 쓰러가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내 모습이었다. 다시 가면을 쓰고 살 자신은 없는데. 쉼이 나에게 준 것은 어떤 것들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결국에는 어떤 곳으로, 결국 내가 원했던 곳으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에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일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내 인생이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지, 원하는 것이 없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원하는 것들이 있었다. 강렬하게 원하는 것들이 있었고, 어떻게든 원하는 길로 돌아 돌아 갔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나아가는데 지쳐버려서 원하는 것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회사에 돌아가서 잘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과 사람, 상황에 휘둘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원하는 삶을 잘 세워서 중심을 잡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도적으로 사는 것에 겁을 내지 말아야겠다. 일을 하는데 겁이 없었는데 점점 겁이 많아졌다. 인생을 살면서도 겁이 많아졌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어하는 나도 있다. 어느 한 쪽으로 시소를 눌러줘야 한다. 남은 시간동안 잘 정리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