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버리는 것이 살 길이다
언니가 요즘 힘들다. 언니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권했다. 가진 것 중 많은 것을 버리고 나누고 물건을 비우는 삶을 추천했다. 내가 힘들던 시절, 했던 것 중에서 돈도 안 들고 제일 효과가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물건을 비우는 것이었다. 이제 더이상 내가 입고, 신고, 쓰지 않을 것들을 정리하는 건, 과거 인연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했다. 1~2년은 집중에서 많은 것을 버렸다. 기부도 많이 했고. 나중에는 사진과 편지들도 많이 버렸다. 일기도 버리고. 없어도 다 살아진다. 그리고 잘 살아진다.
지금도 마음이 힘들 때는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정리할 것들이 없다. 책? 책은 읽지를 못해서 정리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정리하게 될 것이다. 도저히 못 읽겠는 책도 있더라.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래도 끝까지 시도 해보고 정리하려고 한다.
정리할 것이 없을 때는 청소를 한다. 유리도 닦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자주하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어서 발동 걸릴 때만 하지만 그래도 청소를 한다. 날 잡고. 그러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작년 말에 사주를 봤는데 나한테 도 닦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청소를 하라고 했다. 아빠가 딱 그렇게 아침마다 청소를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증이 몰려왔을 때 쇼핑을 했다. 옷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신발도 샀다. 새로운 걸 들이면 헌 것을 내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봄이 오면 집안 정리를 한번 해야겠다. 설명절이 지나고 있다. 이제 진짜 새해가 되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평생 이 집에서 그릇이 깨지지 않는 한, 저 그릇들을 평생 쓰면서 살아야겠구나. 그러면 조금 슬퍼진다. 가끔은 새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외출을 잘 안 하니까 입는 옷도 정해져있다. 그렇다고 지금 안 입는 옷을 당장 정리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옷 사이즈를 3개를 입는다. 살이 찌고 빠지는 진폭이 커서다. 그러니까 몇 가지는 계속 가지고 있다. 새 옷을 사기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새 옷이 사고 싶어질 때는 정말 매일 입을 옷, 운동하느라 입을 옷들을 산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 나를 보면서 그 많은 옷을 왜 샀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느 날, 신랑이 말했다. "나는 3만원이 넘어가면 비싸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는 4만원을 너무 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홈쇼핑 그만 봐. ㅋㅋㅋ" 맞는 말이다. 남편 말이 생각나서 요즘 쇼핑을 좀 줄였다. 뭐 하나 살 때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집에 자꾸 물건이 늘어나는 건 참을 수 없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 지금도 뭘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건이 없으면 정리할 것들도 없어지면서 삶이 자연스럽게 정돈된다. 뭔가 기분이 울적할 때 정리를 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냉장고도 되도록 조금만 채우려고 한다. 한동안 냉동실이 꽉 찬 적이 있었다. 홈쇼핑에서 하는 국을 엄청 사 놨었다. 이제서야 겨우 다 먹어간다. 냉동실이 비니까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건이 많은 사람들이든 어떤 사람들이든 한번은 미니멀 라이프를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비웠을 때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작은 언니가 나보고 미니멀 라이프 선교사 같다고 했다. 맞다. 내가 해보고 좋으니까 자꾸 권하게 된다. 나에게도 다시 권해봐야겠다. 뭔가 원하는 것이 선명하지 않을 때, 주변을 정리해보면 생각이 뚜렷해질 수 있으니까. 몸을 움직이는게 그렇게 부담이 되고 생각이 앞선다. 그러지 말고 몸도 좀 움직이고 다시 원을 세워서 삶의 방향을 정해야겠다. 어수선한 주변을 정리하면서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