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대접받는다는 것

(PP)

by 윤호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우리는 가끔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평소와는 다른 서프라이즈 서비스,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은 이벤트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순간들은 단조로운 삶에 ‘의미’와 ‘활력’을 더해준다. 물론 그 의미와 활력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작은 친절에도 깊이 감동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위나 권력을 내세워 억지로 대접을 강요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안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대접은 흉내 낼 수도, 돈으로 살 수도 없다는 것을.


얼마 전, 서울의 한 5성급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명절 연휴의 적적함을 달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사람들이 왜 화려한 호텔 문화를 즐기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있었다. 프런트 직원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친절로 나를 맞이했다. 배정받은 객실은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가장 높은 곳의 잠자리’였다. 2박 3일 동안 실내 수영장을 두 번 이용하고,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공원을 산책하고, 밤에는 스카이라운지 바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아침에는 TV 속 장면처럼 조깅까지 했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내가 지불한 비용에 걸맞은 시설과 서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직원들의 사려 깊은 행동이나 한마디 말에서 특별한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벤트나 혜택도 없었다. 그저 돈을 지불한 만큼의 친절과 편리를 되돌려받았을 뿐이었다. 더 많은 친절을 원한다면,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였다. 이는 일종의 물물교환일 뿐, 진정한 의미의 ‘대접’은 아니었다.


며칠 뒤, 내 생일이 다가왔다. 저녁 식탁에는 미역국, 잡채, 볼락구이가 놓였다. 6,70년대생으로 부모와 자식, 그리고 나라까지 짊어지고 살아온 세대가 중년의 생일날 잡채를 대접받는다니,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미역국과 볼락구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더 큰 놀라움은 대학생 아들이 건넨 손편지였다. 갓 스무 살 된 아들이 쓴 편지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를 먹먹하게 했다. 편지의 마지막 부분은 이랬다.

“… 중략… 같은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같은 남자로서 너무나도 멋있는… OOO의 아들로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생애에 이런 찬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남은 삶에 또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편지 속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인정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곧바로 또 다른 숙제가 떠올랐다. 과연 나는 앞으로도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아들로부터 지금과 같은 평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진심 어린 대접을 약소하게라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보려 한다. 내가 대접받을 자격이 있는지 점검하려 한다.


P.S.

극단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에서 그만큼의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고 한다.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 보상을 강압적인 행동이나 돈으로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접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먼저 대접해 보라. 언젠가는 그 마음이 돌아와, 진정한 대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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