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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시대보다 높아졌다. 이제 좀 살 만해졌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중요해진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식사, 그리고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의 해소다. 여기에 의료 혜택과 지원, 상황에 따른 한방치료나 건강보조식품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방법들도 있다. 수면습관, 걸음걸이 습관, 일하는 자세, 그리고 목욕 습관 같은 것들이다. 오늘은 그중 목욕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3년 동안은 감염 위험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욕탕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목욕탕, 사우나, 찜질방이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는 백신 개발과 위기관리로 이 위기를 극복했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포기했던 온탕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났다. 나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목욕탕을 찾는 일상을 되찾았다.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다시 찾은 듯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힐링센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욕탕에 들어서면 먼저 전신 거울 앞에서 내 몸을 스캔한다. 배가 나왔는지, 얼굴 표정은 괜찮은지, 3~5초면 충분하다. 몸 상태를 확인한 뒤 비누 거품으로 샤워를 한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쌓인 미세먼지와 피로가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간다. 거친 타월로 구석구석 닦으면 개운함이 즉시 전해지고,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하다.
이어 온탕에 들어가 귀 밑까지 몸을 담그면 나쁜 기운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압 마사지가 있다면 온탕의 따뜻함과 마사지의 압력이 동시에 긴장을 풀어준다. 삶의 의무와 숙취, 운동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온탕에서 5~7분을 보내고 나면 뜨거운 습식 사우나로 향한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쏟아지지만, 이내 적응되어 5~7분을 버티고 나오면 온몸이 노폐물을 쏟아낸 듯 상쾌하다.
사우나에서 나와 폭포수 아래에서 몸을 식힌 뒤 냉탕에 들어가면 처음엔 화들짝 놀라지만 곧 짜릿함으로 바뀐다. 잠시 머리까지 잠수를 하고, 냉탕의 수압 마사지를 받으면 허리와 어깨가 시원하게 풀린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되며 더욱 강한 상쾌함을 안긴다.
이 과정을 마치면 온탕 앞 비치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눈을 감으면 수도꼭지 물소리가 계곡 물소리로 들리고, 풀잎 소리와 새소리까지 상상 속에 합쳐진다. 목욕탕 의자에 누워 있지만, 산속 해먹에 누운 듯 착각에 빠진다. 눈을 뜨면 물결 위에 반짝이는 윤슬이 보이고, 천장에는 봄의 아지랑이가 춤추는 듯하다.
'이 계곡의 물멍이 내 마음을 풀어주는 이유는
그 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물소리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 00년 2월 25일 발리(라는 이름의) 목욕탕에서
그 후에는 수압 마사지탕에서 발끝부터 허리까지 강력한 물줄기로 치료 같은 마사지를 받는다.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취약한 부위를 단련한다. 발바닥 전체를 1~2분 집중하면 침이나 뜸 치료에 가까운 효과가 느껴진다. 나는 보통 두 번 연속으로 그 무상의 혜택을 즐긴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면 약 50분의 치유와 정화가 완성된다. 마지막 샤워를 마칠 때면 저절로 콧노래나 휘파람이 나온다. 몸이 힐링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목욕탕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새벽이다. 문 열자마자 가면 새로운 물이 채워진 온탕을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조용한 공간은 오롯이 내 것 같다. 그때의 동반자는 대개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인데, 느긋하고 젠틀한 태도로 목욕을 한다. 벌거벗은 상태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 사람의 과거와 성격, 품성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목욕탕은 그 자체로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P.S.
동일한 만 원을 내고도 어떤 사람은 2만큼 활용하고, 어떤 사람은 9나 10만큼 활용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간이 주어졌어도 어떤 이는 2에서 멈추고, 어떤 이는 8과 9를 경험하기 위해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