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존재 자체가 감동이야

(PP)

by 윤호준

21세기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감동을 경험할까. 세계 어디서든 도시 사람들의 삶은 안락함과 편의성을 좇는 것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하루는 마치 같은 틀에 찍어낸 듯 비슷하다. 이대로라면 AI 시대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사람들의 삶이 특정 규격에 맞춰진 로봇 같은 일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그럴수록 우리는 단조롭고 밋밋한 하루 속에서 감동의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관심이나 의도적인 계획을 통해 일상에 작은 특별함을 채우고, 그 경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매일을 감동으로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며칠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이라도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있다면 그 여운만으로도 일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답은 다양하다. 사람마다 성향과 상황이 다르기에 감동의 크기도, 지속력도 달라진다. 그렇기에 각자가 자신만의 아이템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두면 좋다. 그렇게 공유하다 보면 공통된 사례를 발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필자가 일상 속에서 발견한 몇 가지 감동 아이템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Item 1. 좋은 노래

우연히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한 달은 거뜬히 행복하다. 첫 만남의 순간은 어떤 카타르시스보다 짜릿하고, 그 감동의 여운은 오랫동안 이어진다. 긴 탐험 끝에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의 눈빛, 사랑하는 이의 프러포즈를 받은 순간의 표정이 떠오를 정도다. 탐험가가 늘 보물을 발견할 수 없듯, 인생에서 프러포즈 같은 특별한 순간이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음악은 평생 다 누리지 못할 만큼 무궁무진하다. 필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린 순간 대부분도 음악 때문이었다.


Item 2. 훌륭한 책

좋은 책을 덮고 나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경험한 듯한 전율이 오래도록 가슴을 붙든다. 글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인간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책이 아니었다면 훌륭한 사상가와 작가, 천재 시인들을 어떻게 만났겠는가.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된다.


Item 3. 여행길에서의 발견

계획된 여행지에서, 혹은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산책길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영혼을 치유하는 감동이 된다.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웅장하거나 소박한 풍경 앞에서는 어떤 성취감도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필자는 아침 일찍 홀로 사라져 주변을 걷고 탐험하며 감동을 만끽하곤 한다.


Item 4. 직접 만든 건강한 음식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는 시간은 가장 큰 행복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식욕을 소홀히 하기 쉽지만, 결국 건강과 행복은 ‘잘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준비해 직접 요리한 뒤,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는 일련의 과정은 큰 기쁨이다. 오늘 저녁엔 된장짜글이를 끓여볼 예정이다.


Item 5. 뜻밖의 칭찬과 작은 선물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예상치 못한 칭찬과 작은 선물이다. 낯선 이에게 건네는 칭찬조차 상대방의 기분을 밝게 하고, 내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 더불어 사소한 선물이라도 상대방에게는 큰 감동이 된다. ‘무엇이 필요할까?’ 하고 떠올리는 그 순간부터 이미 행복이 시작된다.


Item 6. 문화예술 활동

우리는 문화예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악기를 배우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완성하는 일은 감동을 만드는 훌륭한 방법이다. 나만의 시나 에세이를 완성했을 때, 오랫동안 준비한 그림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때 느끼는 전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 외에도 감동은 셀 수 없이 많다. 봉사활동, 연구, 기부, 선행,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집회 참여 등 모두가 일상 속 감동의 아이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소중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짧은 인생을 무료하게 보낼 수는 없다. 지금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순간 자체가 이미 감동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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