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내 친구 나댕이
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내 친구 중에 일명 '나댕이'가 있다. 예전부터 오지랖이 넓어 크고 작은 상황에서 오버를 많이 해왔지만, 나이가 중년으로 접어갈수록 그 오버의 기술이 세련되고 또 전문적인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친구의 부친상 비상대기조'를 결성한 자리에서 그 격상된 이미지에 맞는 애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애칭에 대한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나댄다 + 댕댕이'를 결합한 '나댕이'가 탄생했다. 내가 작명했지만 너무나 절묘한 별칭이다. 그는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나댕이'였다.
오랜 친구의 안타까운 부친상 부고를 받자마자, 그의 모든 일상은 즉각 일시정지되었다. 허탈한 충격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은 입술 뒤편으로 꾹꾹 감춰놓고, 그의 모든 관심사는 '장례식의 통상적 절차'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통곡의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장례식을 모두가 인정하도록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야 할 것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그리고 3일장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의 첫날에도 만사를 제쳐두고 장례식장으로 향했고 또 둘째 날에도 어김없이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발인을 할 때는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황망함에 안절부절못했고, 승화원으로 가는 운구행렬에는 맨 앞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슬픔을 끝내기 힘든 승화원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버스로 2시간 거리에 마련되어 있는 장지를 향해 달렸다.
그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내내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필요한 상황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모든 절차에 진중하게 임했다. 마치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독자생존해야 하는 작은 부족의 족장처럼 혹은 평생을 함께한 훌륭한 정치인과 함께하는 비서관의 모습처럼 듬직하고 진지했다. 요즘처럼 개인화된 분위기에서 장례식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지키고 있는 오지랖들이 얼마나 있을까? 장례절차를 위한 운구 인력을 확보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상주의 건장한 친구 5명이 무엇인가 미션이 부여되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족들은 마음 한 편으로 얼마나 든든했을까?
그렇게 우리의 나댕이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여섯 친구들의 우정이 벌써 35년이 되었다. 우리는 그 35년의 세월 동안 나댕이의 역대급 오지랖과 우정을 중시하는 진정성을 보아왔다. 그가 끊임없이 설쳐대는 모습을 현실 속에서 있는 그대로 보아왔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들을 이어준 '우정의 고리'였다. 그렇게 나대고 설쳐대는 과정에서 우리가 질긴 우정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들 모두가 하나둘씩 나댕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모두가 나댕이였다. 나댕이2, 나댕이3, 나댕이4, 나댕이5, 나댕이6. 그렇게 모두가 우정의 나댕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