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노래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by 윤호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어쩔 수 없다. 다시 달콤한 잠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거실로 나와 PGA 메이저 대회인 '챔피언십'을 보기로 했다. 그러나 메이저 골프 대회의 중계방송은 거의 15분마다 광고를 하기에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 다가 끝나기 전에 리모컨으로 재빠르게 채널을 옮겨버린다. 그 많은 숫자의 채널 중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깨어버린 나의 하루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송은 없었다. 연합뉴스나 YTN을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자존심 상하고, 스포츠 스타나 어중간한 연예인들이 꼭두각시 노릇하고 있는 '웃픈 예능'은 정말 보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그러다가 결국 선택하게 되는 내 친구 음악 앱!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20대의 신인 가수의 노래를 처음으로 듣는 것만으로 나의 하루는 이미 풍요롭다. 완벽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 가장 고퀄리티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음악이 가장 대중적이기에 '노래를 한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이번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종교를 갖는 것과 같다. 종교가 무엇인가? 초인간적인 신이라는 존재를 숭배하고 또 신성하게 모시면서 선악을 따지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음악, 노래 속에 그 종교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신적인 존재감을 능가하는 유명한 뮤지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이미 검증된 신적인 존재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 중에서 실제 검증된 분이 누구인가? 더욱이 특정한 사상이나 의례 등에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는 종교에 비해 음악이라는 것은 얼마나 자유롭고 또 개인의 무궁무진한 창의력이 허용되는가 말이다. 음악에 심취해서 사는 것은 종교 그 이상의 가치와 희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치유의 숲을 걷는 것과 같고 힐링의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같다. 인간은 애초에 나약하다. 그리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한마디로 피곤하다. 그래도 어느 교과서든 우리네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명명해 놓은지라 사람들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보내는 것이 일종의 의무감으로 세뇌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겐 음악이 필요하다. 이미 세뇌된 우리의 의식 속에는 노래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난관과 관계에서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악이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노래는 일상의 치유이며 삶의 힐링이다. 오십 년을 가열차게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한 방법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이야기하는 것이고, 자신과 긴밀하게 교감하는 것이다. 풍류라는 것이 무엇인가? 풍치 있게 멋스럽게 노는 것이 아니겠는가? 노래를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과의 교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전에 캠퍼스 낭만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면, 늘 캠퍼스 잔디 위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었고, 우리의 젊은 날을 돌이켜 볼 때 가장 낭만적인 것들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모닥불'을 중심으로 통기타와 박수로 장단 치며 노래하던 때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노래와 장단으로 이야기하고 호흡을 나눴던 그 시절이 행복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수단 중에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바로 음악이 아닐까 확신한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힘과 감각이 필요하다. 낮은음이든 높은음이든 비슷한 크기의 힘이 필요하고 거기에 감각이라는 양념이 곁들이게 되면 감동과 전율이 되는 것이다. 노래에는 의지가 있고 또 노래에는 사랑이 있고 또 노래에는 의식이 있고 또 노래에는 슬픔과 눈물이 있다. 그 모든 감정과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건강함의 토대 위에서 낮추어 두드릴 수도 있고 높은음을 향해 질러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노래는 국경이 없다. 지방색도 없다. 그리고 개인의 독특한 캐릭터도 없다. 아니, 어떤 지방색도 극복하고 개인의 특이한 감성들도 높고 낮은 선율에 얹히면 모두 수용되어 버린다. 그래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우물에 갇힌 개인을 세계와 손잡게 하기도 하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게 한다. 내가 직접 특정한 나라의 특정한 지역에 가지 않더라도 노래를 통해 실제 그 작곡가와 가수와 함께한 것 같은 '공감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은 상상력과 공감 능력의 차이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그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인 것이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노래에 욕을 표현하는 것은 드물다. 노래를 통해 범죄를 유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노래는 결국 '행복하게 지내자'라는 것이다. 슬프지만 이겨내고 잘 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인 당신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의 동시대인들과 같이 잘 살다가 죽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 표현을 재이 있고 진지하고 또는 감동적으로 하는 것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매우 매우 드물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슬픔을 기쁨으로 혹은 우울함을 충만함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은 바로 음악이다. 물론, 슬픔이나 우울함을 완전히 배제해야 할 '악'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의 삶에는 슬픔도 또 눈물도 그리고 우울함이나 아픔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도 갑자기 국면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들도 있기에, 그럴 때 나는 지체 없이 음악이나 땀을 활용한다. 죽어서 흙이나 재가 되기 전까지 나를 지탱해 주는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조율이나 등줄기로 흐르는 땀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노래와 땀에 의지하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 노래방 마이크를 샀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작은 기계가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며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택배로 도착한 이 물건을 뜯어서 전원을 누르는 순간 ㅎㅎ 그 순간에 그 값어치를 능가해 버렸다. 그저 미완성의 노래 한 곡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에어팟 프로와 함께 내 인생의 행복 아이템들 중의 우선순위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 단 한 곡을 불러 보았지만 그 '미래가치'는 함박웃음과 같이 풍요로웠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는 가장 쉽고 빠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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