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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통증

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by 윤호준


인간이 느끼는 통증 중 정도가 심한 3대 통증이 있는데 첫 번째가 산통 그리고 두 번째가 요로결석으로 인한 옆구리 통증 그리고 마지막으로 급성 치수염의 고통이라고 한다.


내가 그 3가지의 고통 중에 '산통'이라는 것은 경험할 수는 없지만 나머지 2개의 고통은 상황에 따라 느껴볼 수도 있을 거라고 문득 생각해 본 적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그 고통의 크기를 상상하면서 지레 걱정하며 살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통이 내 생애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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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네 인생은 참 길다. 예상하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시간들이 우리와 함께 흘러가고 우리 앞으로 밀려오고 또 불현듯 닥쳐온다. 그 현상은 예외가 없다. 나도 50대 중반이 된 최근에 그 2개의 통증 중의 한 가지를 경험했다. 맨 처음 그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 아랫배와 옆구리에 어떤 시그널이 왔을 때는 급성 소화불량으로 아랫배가 더부룩해지고 어딘듯 찝찝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시간 정도가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옆구리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게다가 통증의 부위와 크기도 선명해졌다. 다시 1시간 정도가 더 흘렀을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이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으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요로결석'으로 인한 증상이 가장 가까웠다. 아니 확실했다. 더 이상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분당***병원 응급실'로 가기 위해 가까스로 택시를 불렀다.


병원에 갈 결심을 하고 나니 갑자기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5~6분 정도를 이동했는데 나에게 느껴지는 것은 몇 시간이 더 되는 듯 길게 느껴졌다. 택시의 바퀴 아래로 깔리는 도로 위의 미세한 돌멩이까지도 그 굴곡이 느껴졌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른 채 과속방지턱을 과감하게 넘는 기사 아저씨가 얼마나 얄미웠겠는가? 그새 통증은 극에 다다랐다. 병원에 도착하여 재빠르게 수속을 하고 약 15분 정도가 지날 무렵이 되자 간호사가 링거병이 걸린 거치대를 끌고 왔다. 곧바로 대기 의자에 앉아 액상 진통제를 맞고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1시간 정도 지나자 진통제의 효과도 아무 소용없었다. 더군다나 의료대란이 진행 중인 시기였기에 대학병원에서 신속한 조치를 하기에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24시간 진료를 하는 인근의 '비뇨기과'로 가기로 했다. 아예 대학병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다.




결정을 하자마자 또 택시를 불렀다. 다시 15분 정도쯤 이동해야 했다. 아..., 숨이 턱턱 막혔다. 이제는 부드럽게 우회전을 해도 짜증이 날 정도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지속되었다. 새벽 1시경에 겨우 병원에 도착했지만, 날 구원해 줄 남자 간호사는 진통제를 맞기 전에 '엑스레이부터 찍어야 한다'라고 했다. 절망감에 걸음을 옮기기도 쉽진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전 준비절차가 마무리되자, 드디어 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되었다. 5분 정도 지나니, 통증이 6 정도로 줄었다. 그 정도의 통증 감소로도 세상은 살만했다. 그리고 본질적인 치료가 이어졌다. 요관에 걸린 결석을 깨뜨리기 위한 쇄석술이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특수 제작된 의료기기로 약 2,500회의 연속된 충격을 줘서 결석을 깨는 것이다. 그 신기한 쇄석술이 마무리되자 통증도 함께 마무리되었다. 참 신기했다. 누구나 이렇게 아프고 나면, 모두가 고맙게 느껴진다. 그 순간 의사와 간호사가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그 와중에 쇄석술을 개발한 의사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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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3대 통증 중의 한 가지를 경험해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불안감보다,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 크기와 정도를 느껴봤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라고 할까? 그래서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대처법도 익혔고, 평소 예방할 수 있는 습관들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학습하게 되었다.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은 고쳐놔야 한다. 이 병은 예방책도 치료방법도 같다. 매우 간단하다. 그저 하루에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심심한 맹물을 2리터씩 마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한 달이 된 지금은 모든 물이 너무 맛있다. 브랜드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생수마다 각기 다른 맛과 향이 느껴진다. 이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각가지 음료수를 먹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 통증의 크기를 잘 알기에, 내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찾아왔다.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먼저, 즐겨하는 사우나를 주 1회로 줄였다. 그리고 가기 전에 500ml 생수를 한 병 다 마시고 들어간다. 사우나에 머무는 시간도 50분에서 30분 정도로 대폭 줄였고, 건식, 습식 사우나실에서 한꺼번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게 되었다. 평일 새벽에 하는 배드민턴도 걱정이었다. 양말이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배출하는 에너제틱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드민턴을 하는 날에도 500ml 이상의 물을 마시면서 배출되는 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땀이 많은 체질이라 앞으로도 걱정할 일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우나를 전면 금지하거나 혹은 푹 빠져있는 운동들을 멀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 또다시 경험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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