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삶의 게이트웨이

(PP)

by 윤호준

사람은 개인적으로 보면 누구나 착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평생 거짓말 한 번 하지 않을 것 같고, 악한 행위와는 담을 쌓은 듯하다.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놀라울 만큼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원히 그렇지는 않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종교인이라고 다르지 않고, 교육자나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생명이 탄생하여 소멸할 때까지, 한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어떤 게이트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게이트웨이에서 직전 삶에 대한 심판이 진행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단순한 통과의례처럼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참혹한 검증이 될 수도 있다.


이승에서의 잘잘못에 대한 누적 스코어가 공개되고, 그에 따른 상이나 벌이 주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삶의 평가 결과로 주어지는 상은 다음 세상에서의 특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의 보장이다. 그 자격은 착한 마음과 올바른 정신에서 비롯된다. 반면, 직전 삶의 잘못은 모두 벌로 환산되어 넘어가기 전에 감당해야 한다. 그 운명의 시간은 짧게는 1~2초일 수도 있고, 죄의 양과 질에 따라 365일을 넘길 수도 있다. 1년 이상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다음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생명은, 현생이 끝나는 순간 마지막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생명은 살아갈수록 신비롭고 고귀하다. 특히 인간으로 태어난 일은 우주에서 가장 운 좋은 선택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수많은 후보 중에서 우리가 선택되어 태어난 것이니, 이 생명이 공짜로 주어진 특혜일 리 없다. 먹고, 웃고, 사랑하고, 즐기는 혜택을 누렸다면, 그 삶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동시대를 살며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했다면, 그만큼의 죗값을 받아야 한다. 그 스코어는 나쁜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거짓말이 그 첫 단계다. 최초의 거짓말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어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부정적 결과가 이어졌는지까지 모두 카운트된다. 아동·노인 학대, 학교폭력, 여성 폭행 또한 큰 영향을 준다. 단 한 건이라도 적발되면 정신적 결함으로 간주되어 엄격한 감정과 완벽한 치유 없이는 다음 삶으로 넘어갈 수 없다. 살인을 방조하거나 직접 저지른 자는, 희생자에게 주어졌던 삶의 크기만큼 극한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생명이 끝날 때까지 게이트웨이에서 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슬방울처럼 쌓이는 것은 사랑이다. 가까운 지인이든 TV 속 먼 나라 사람이든, 누군가의 성공과 건강을 응원하는 마음이 기본이다. 남몰래 행한 선행은 특별 가점으로 두 배 이상의 점수가 누적된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가장 큰 보너스를 준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물리적 구조든 정성 어린 보살핌이든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특히 한 생명을 구하면, 그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세월만큼의 보너스 생명을 얻게 된다. 그것도 젊음으로 말이다.


나는 삶의 끝에 이런 게이트웨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착한 마음으로 베푼 이들이 정당한 특혜를 누리고,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른 이들은 응당한 벌을 받는 곳. 누구도 예외 없이 완벽하고 절대적인 심판 시스템을 거친다고 믿는다면, 나쁜 생각과 행동을 조금은 줄이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가 미리 알고 인정했으면 좋겠다. 생의 끝에는 운명의 게이트웨이가 있다는 사실을.


P.S.

이 내용은 특정 종교나 정부, 지자체, 학교와 무관하다. 단지 우리가 가는 길 끝에 게이트웨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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