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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Jul 18. 2017

자립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3단계에 속한다.
누구나 칭찬받고 싶어하고, 주목받고 싶어한다.
나름의 지위를 통해 존경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서 회사원들은 점차 번듯한 명함도 사라지고, 젊음도, 아름다움도 사라진다.
은퇴한 한국남자들의 정체성 혼란은 심각하다고 하다.
명함이 곧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도 사라진다.
주름을 대하는 한국 아줌마들의 정체성 혼란 또한 심각하다고 하다.
팽팽한 피부가 곧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형외과가 그렇게 성행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정받는다는 것은 어차피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 특히 중년의 한국 사람들이 불행한 것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이다.
중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번듯한 명함, 큰 평수의 아파트, 외제차, 명품백 등을 통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심지어는 자녀를 SKY 대학에 보낸 것을 통해서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타인의 욕구를 나의 욕구 삼아, 수많은 짐들을 쌓아 올린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 자체가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더욱 더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면 영원히 목마르게 된다.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신 있는 사람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자신감, 
즉, 자기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기본이다.

내 동료들은 대부분 화려한 오피스 룩을 입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석도 커지고, 화려해진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필요한 베이직 룩을 입는다.
이 나이에 베이직 룩은 자칫하면 초라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활동하기에 편한 베이직 룩을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다.
다만 핏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한다.
베이직 룩을 입으면 더욱더 활동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 옷차림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스쿼트를, 걷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ㅎㅎ 

 

행복은 번듯한 명함, 큰 집, 명품백이 아닌 오로지 '나'로부터 나온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면 자신감은 저절로 따라온다.
자기 스스로를 인정할 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며 나만의 라이프를 결정할 수 있다.

아들러는 '나'의 가치에 대하여,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자립'이라 말하고, 남들이 결정하는 것을 '의존'이라고 말했다.
나는 마흔이 될 무렵, 병을 통해서 '자립'을 배우게 되었다.
'특별한 존재'이기보다 '평범한 존재'로 살아가도록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한 것 같다.
나쓰메 소세키가 말한 대로 현대인은 '자의식의 화신'이다.
자의식이란 정신적인 비만과 같다.
마흔 전엔 자의식이 너무 높았던 것 같다. 
당연히 예뻐야하고, 일류대를 다녀야하고, 소개팅도 많이 해야하고, 생기도 넘쳐야 하고,
원더 우먼이어야 하고, 똑똑하기도 해야하고..하여튼 완벽해야 되는 나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실제의 내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는 왜그리도 나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지...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남이 가진 것만 보았다.
아들러가 말한 '의존'적인 삶을 살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편하지가 않았다. 하이힐처럼...
그 기대에 맞추느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답게 살지를 못했다.
예쁘지도 않은데... 예쁜 척하느라 힘들었고, 똑똑하지도 않은데... 똑똑한 척하느라 힘들었다.
가면을 쓴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마흔이 될 무렵, 이 정신적인 비만을, 무거운 자의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자립'을 위한 기초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주변을 보면, 보통 마흔 전후로 이런 생각의 변화가 많이들 오는 듯하다.
병을 통해서, 배우자와의 불협화음을 통해서,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를 통해서, 직장을 통해서... 많은 생각의 변화를 맞이한다.
평범함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곧 '자립'이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의존적인 삶을 벗어나, 타인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오로지 '나'를 대면하고, 오롯이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평범한 나로, 자신있게, 나답게 살아간다.
찢어진 스키니진에 흰 티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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