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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Oct 21. 2017

자클린의 눈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cello 선율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죠. 
쟈클린 뒤프레(1945-1987)의 연주였어요. 
오펜바흐의 ‘쟈클린의 눈물’이었죠. 
그 후로 쟈클린의 연주에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쟈클린은 옥스퍼드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cello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고, 당대 최고의 연주자였지요. 
23세에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반대하는 결혼을 했고, 
28세에 다발성 경화증을 15년 동안 앓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https://youtu.be/1pmBJLI4kVw                                                  

                                                                

스무 살엔 그저 쟈클린의 연주가 좋았습니다. 
마음을 적시는 연주였어요. 
가끔은 마음이 요동치기도 했어요. 
그 cello 선율에 시간을 얹으면 나도 모르게 둥둥 떠다녔지요. 
마치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젊은 날에 요절했다기에, 그녀의 스토리까지 낭만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마흔이 되어 쟈클린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트, 김영사]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이 책 두 번째 챕터(나를 위한 첼로 레퀴엠-너무 착해서 감정에 솔직할 수 없었던 소녀)에 쟈클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정확히 말해 쟈클린의 질병과 죽음에 관해서요. 
쟈클린의 질병과 죽음은 감정의 억압이 초래한 스트레스의 파괴적 영향이었다고 합니다.
‘아, 스무 살 나의 방황을 낭만으로 승화시켜준 쟈클린이 그렇게 죽어갔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너무 착해서 감정에 솔직할 수 없었던 소녀... 오직 cello하고만 소통한 것이지요. 
그렇게 우울증에 시달리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죽어갑니다. 
     
아, 그녀가 죽고 난 후, 먼 훗 날, 
관객은 한국 땅에서도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데, 
나의 쟈클린은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겁니다. cello 외에는... 
자기 자신도 진정한 자아에 귀를 막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중증 질환을 앓던 환자들 중, 
삶의 중대 국면에서 ‘아니오’라고 말하는 법을 알았던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라고요. 
    

마흔의 그대,
그 누구도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귀를 막으면 안돼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자신과 대면하여 대화할 수 있어야합니다. 
상대, 심지어는 엄마나 배우자일지라도 나의 정체성을 상대의 정체성과 통합시키면 안되지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감정이 억압되면 결국 면역계가 무너집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감정을 소중하게 보듬고 자연스럽게 표현해야겠습니다.
     
쟈클린의 눈물...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쟈클린처럼 너무 착하게, ‘아니오’라는 표현을 못하며 살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아쉬우니까요. 
맥락이 요구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 번쯤, ‘아니오’라고 말해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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