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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Dec 21. 2016

'이데아'의 순간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설레임으로 살아가자.

 

 방황하던 스무 살에
 대학 교정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있었다.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였다.
 흩어지던 낙엽과 우수에 찬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다.
 책을 읽다가 나에게만 쏙 들어오는 문장이 있고,
 목사님 설교를 듣다가 나의 귀에만 들려오는 말씀이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가 문득 눈물 흘리는 순간이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늘을 보게 되는 행복한 순간이 있다.
 여행을 하다가 버스 창밖에서 스치는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영적으로는 '계시'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데아'라고 부른다.
 우연한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 나는 이데아에 도달해 있으니까...
 
 일상에서 이런 순간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이런 이데아의 경험으로 또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대학 시절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듣고 이데아를 맛본 후,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의 20대는 첼로와의 동행이었다.
 첼로 덕분에 젊은 날의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
 첼로 덕분에 20대를 참 잘 놀았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 같은 사람이 클래식 마니아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이런 이데아의 순간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설레임으로 살아가자.

 마흔,
 심플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고,
 나 자신에게 격려할 수 있고,

 타인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 

 비움의 미학 속에서,
 간결한 몸과 마음으로 균형잡힌 삶을 기다린다.
 '심플'은 '이데아'과 연결된다.
 심플한 인생에 눈을 뜨면서
 이데아의 순간을 기대하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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