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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Dec 22. 2016

작은 숲을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이 공간, 이 순간을 즐긴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나만의 거룩한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은
 바로 
 작은 숲이다.

 이 공간에서
 산책을 하며 명상을 한다.

 햇살이 길어진 요즘은
 작은 숲을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낙엽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나뭇잎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의 숨결을 느껴보라.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들어보라.

 나무들 사이로 비쳐오는 한 줄기 햇살을 느껴보라.
 흙 밟는 촉감을 느껴보라.
 이 모든 감각들로 인해
 가슴이 뛰며 삶이 문득 푸르게 된다.


 작은 숲.
 이 거룩한 공간을 산책하다 보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좋은 기운의 원천이다.
 마중물과 같은 곳이다.

 날씨가 화창할 때면 반드시 걷는다.
 파란 하늘과 울창한 나무는
 원초적인 선물이다.


 

 처음엔 운동 삼아 걸었다.
 이제는 나의 영혼을 위해 걷는다.
 모든 이유를 동원하여 걷는다.
 작은 숲을 걸으며
 영혼을 정화시킨다.
 일상의 부산함을 가라앉히고 
 나의 숨소리에 집중하며
 발걸음의 리듬에 집중한다.
 내면의 고요함이 찾아온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이 공간, 이 순간을 즐긴다.
 나의 발걸음을 사랑하게 된다.
 이 리듬을 느끼다 보면
 나의 모든 것에 집중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정서적인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정서적인 경험을 풍요롭게 쌓는다.
 여행도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지만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서 즐거운 정서적 경험을 하면 된다.
 산책은 
 나에게 있어 
 일상에서의 즐거운 정서적 경험이다.

 삶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심지어 우리는 '빠름~ 빠름~ 빠름'의 LTE급 세상을 살고 있다.
 때로 우리는 이 속도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걷는 속도와 리듬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LTE급 속도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 하지 않았는가?
 걸으면서 명상하며 내 삶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오늘도 나는
 즐거운 정서적 경험을 한다.
 작은 숲에서의 산책을 통한 
 소소한 일상의 리추얼을 느끼며
 오후의 일상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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