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0여년 동안
육아와 살림,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한국의 아줌마는
가정에서의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느라,
아이 뒷바라지 하느라,
여간 지치는게 아니다.
하루 24시간으로도 부족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 즈음에 병이 났다.
이 나이에 병이 났다는 건 잘못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찾게 되었고,
이제는 단순한 생활이 어느덧 자리잡혀 간다.
이제는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단순한 생활을 지향하노라면
철학적, 심리적, 물리적... 여러 요소가 포함되지만
물리적 공간인
'집'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아프기 전엔 화려한 장소가 좋더니,
아픈 후엔 정갈한 장소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정갈한 집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리라.
이 글은
내가 생각하는 집의 현실이다.
2012년 겨울,
소박하고 단순하며 정갈한 모습을 지향하며 집을 가꾸었다.
몸이 지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하면서, 나와 공간을 가꿀 수 있는 공간..
직장에서는 치열하게 일터살이로 살아가지만
집안에서만큼은 행복한 살림살이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이때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거실의 서재화 시스템이었고, 책도 많았다.
아래 사진은 그나마 3분 2를 처분한 상태의 모습이다.
이 때, 수술을 통해 내 몸 속의 양성종양을 떼어 버렸듯이
10년 동안 지고 사는 쓸데없는 짐들을 다 버렸다.
그후
집을 단순하고 편안하며 실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정갈하게 지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시절, 인테리어 책&잡지 보다
'정리'에 관한 것을 더 많이 보았다.
그래서 '정리'에 대하여 'ritual(의식)'이 생겼다.
그러다가 겸사겸사 2014년에 '싱가포르에서 2년 살아보기'를 하였다.
싱가포르에서 '작은 집'을 구했다.
이제는 큰 집에서.. 더 많은 공간을 갖고 더 많이 채워 넣는..
물건이 있는데도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무의미한 住 생활을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월세가 비싸기도 했다.
작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월세가 싱달러 $3,000이었다.
작은 집에서,
조금은 의미있게, 조금 느리게, 조금은 가치있게 살고 싶었다.
싱가포르에서 보태닉 가든과 같은 콘도(싱가포르에선 주거형태가 HDB와 콘도, 혹은 단독주택으로 나뉜다.) 를 구했다.
이 콘도는 정말이지... 보태닉 가든이었다.
몸이 정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집이 몸을 보호&힐링한다는 느낌을 처음 받은 곳이었다.
이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동남아의 울창한 식물들 속에서 숨쉬며 힐링을 하였다.
이 콘도는 어딜 가도 동남아의 초록이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이 콘도로 인해 정말 행복했다.
초록이들에 둘러 쌓여 '미니멀 라이프'를 더욱 지향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 있으면 가벼워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 콘도 수영장 벤치에 앉아
멍때리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가끔 멍 때리기를 하며
시간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몸의 이완으로 요가가 있다면,
정신의 이완으로 ‘멍 때리기’가 있다.
멍 때리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이다.
멍 때리기는
바쁨 중에 잠깐 넋을 놓는 정신적 이완의 순간이다.
아르키메데스는
멍 때리며 목욕을 하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영어로는 space-out,
중국어로는 파다이라고 한단다.
수영장 벤치에 앉아 의도적으로 멍 때리는 시간을 15분 정도 가졌다.
생각은 비울수록 채워진다.
멍 때리기를 하며 무심코 통찰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비움은 행복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
비우지 않으면 채우지 못한다.
버리지 않았을 때, 목표를 상실하거나 스트레스에 둘러쌓이게 된다.
결국 무너지게 된다.
이곳에서
편안하고, 심플한 집을 구했다.
창문을 열면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나오기도 하는..
거실의 모습이다.
저 거실 창문 밖을 보면
다양한 초록이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집이었지만
이 집은 평화롭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집이었다.
붉은 벽돌색의 포인트 벽과 램프가 아름다운 집이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빨간색은 사람을 '업'시키는 효과가 있다.
눈으로 받아들인 시신경 자극을 통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혈액순환을 높이고,
혈압과 체온을 상승시키고, 신경조직을 자극한다.
이곳에 살면서
한국의 눈부신 형광등의 거실 문화를 배제하게 되었다.
이집은 심지어 천정에 거실등도 없었다.
3개의 램프로 밤의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참 아늑하고 좋았다.
심.플.한.
거실.
이 장스탠드 밑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옛 추억을 꺼내어 행복에 잠기기도 하였다.
침실..
에너지와 활력, 균형, 즐거움을 되찾는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행복'이 몰려오는 공간이었다.
행복도
배워야 되고, 알아야 되고,
선택해야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먹는 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 것처럼
집을 어떻게 살림하느냐에따라 나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서히
집의 정갈함을 중시하기 시작하였다.
집의 정갈함.
집의 단순함.
집의 편안함...
처음으로...
매일매일
창문 밖의 새들이 지저귈 때
잠에서 깨어나는,
초록이들로 인해 상쾌해지는
그런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나의 삶의 스토리도 차츰 바뀌어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개인의 다양한 역할과 맡은 책임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내적인 성장과 자신을 표현하고자 할 때 ,
조화롭다고 표현한다.
나는 작은 집에 살게 되면서
조화로움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조화로운 삶.
우리는 어지러운 일상 때문에 지칠 때가 있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찰'의 시간을 통한 조화로움이다.
집이 정갈하면 이 성찰을 위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침실에서 초록이들을 보며
성찰을 자주 하게 되었다.
2016년 초에
싱가포르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컷 누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일단 작은 집을 구했다.
경험상 집이 클수록 물건을 더욱 채우고자 하는 본능이 생기더라는..
이곳에서도 '작은 집'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니멀하게 살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발산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내가 거하는 공간을 미니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거실의 모습이다.
여백이 있다보니 거실이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빛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성경의 구절처럼 빛은 곧 생명이다.
잠이 잘 안오는 편인데
형광등을 저녁 무렵부터 끄고 아늑한 조명을 이용한 후부터
비교적 잠을 쉽게 청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 정갈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맑아진다.
작은 집이지만
여백의 공간을 확보하여
요가를 한다.
이런 공간에서 요가를 하다 보면
기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저녁시간에
아늑한 불빛 아래서
이렇듯 편안하게 쉬다가
가벼운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때로는 아늑한 불빛 아래서
차 한 잔과
바흐의 인벤션을 듣기도 한다.
인벤션을 듣다보면
'조화로운 삶'을 갈구하게 된다.
아주 정밀하게 만들어진 음에 의한 공간구성이면서
창의적인 기법이 넘친다.
나의 집도 바흐 인벤션과 같은
정밀한 공간이면서 창의적이길 기대한다.
침실이다.
침실은 침묵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침묵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의 침실은 침묵과 여백으로 꾸몄다.
옷장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옷장을 열어보면 그 사람의 스타일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작은 집에 살다보니
옷장의 크기도 작아서
옷의 종류와 갯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침실을 가득 채우는 큰 옷장이 필요없어졌다.
다만 나의 스타일과 개성은 명확해졌다.
옷장을 보면 그 사람의 역사, 기본기, 마음상태가 훤히 들여다보이기 마련이다.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루는 기본이
바로 '집'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인간은 자신이 사는 장소와 시간의 지배를 받으니까...
작은 집에 산다.
그래서 침실도 작다.
옷장과 침대만 놓았다.
오로지 편히 잠자고 쉬기 위한 공간으로만 만들었다.
현재, 화장대가 없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색조 화장을 하지 않고 기본 화장만 하기 때문이다.
화장대가 없는 대신 넓은 공간이 생겼다.
침실이 작지만 화장대가 없음으로 인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물건이 없으면 크게 보인다.
아무리 넓은 공간이라도 물건이 많으면 작게 보인다.
화장대 대신 철제 서랍장 위에 작은 거울을 놓고 화장을 한다.
디퓨저를 놓고 가끔 향을 음미하며 힐링 테라피를 한다.
화장품은 서랍장 안에 넣는다.
서랍장 안의 내용물은
스킨, 로션, 아이크림, 크림, 마스크 팩 여러 장, 립스틱, 헤어 오일, 썬 글라스, 손톱깍이 세트, 머리 빗 등이다.
화장을 위한 서랍장도 물건을 최소화하고, 수시로 비워야 한다.
가만히 놔두면 온갖 샘플들과 안경 닦이 등 쓰지 않는 도구들로 넘쳐나게 된다.
샘플은 여행을 대비하여 여행용 파우치에 담아서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이때 여행용 칫솔, 샴푸, 치약 등을 담은 파우치와 함께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둔다.
그리고 샘플을 받아오면 그때그때 쓰는 것이 좋다.
쌓이게 되면 수납도 어려울뿐더러 유통기한이 지나기 일쑤다.
금, 은, 다이아몬드 등의 액세서리는 해외로 나가기 바로 전에 거의 다 팔았다.
해외로 나가는데 잃어버릴까봐 신경이 쓰이는 물건이었다.
이제는 홀가분하다.
비싼 물건을 잃어버릴 걱정을 안하게 되었으니...
액세서리는 나에게 어울리는 것, 심플한 것, 질리지 않는 것 하나만 하고 다닌다.
심플한 액세서리는 거의 질리지 않는다.
거추장스럽지 않다.
어떤 옷과도 어울린다.
작은 집이지만
여백의 공간이 많다.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없으니까...
작은 집에 산다.
여백의 공간이야말로 작은 집의 정답이다.
욕실과 작은 방 사이에 선반을 놓았다.
이 선반은 평소에 비워둔다.
올려놓아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올려놓는다.
다만 작은 화분 하나는 놓는다.
이 화분으로 인해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화분으로 인해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이 선반은 평소에는 비워두고, 그때그때 상시적으로 물건을 놓는 곳으로 사용한다.
과일이 있을 때 잠깐 과일을 놓는다.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놓아야 한다면 이곳에 잠깐 올려놓는다.
아이들 간식을 잠깐 올려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는다.
오늘 읽을 책 한 권 정도 올려 놓는다.
이 선반은 이런 용도이다.
딱 필요한 물건만 올려놓는 공간이다.
공간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아름답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물건에 휘둘리지 않는다.
비워두는 공간에서는 감 한 개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세잔의 정물화가 부럽지 않다.
이 자체가 정물화가 된다.
작은 집에서
최대한의 안정감을 누린다...
작은 집에 살게 되면서
명상을 하기 시작했고,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주로 새벽 시간에...
사람들은 이걸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더라...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들여다보며
성찰이란 걸 하다 보면
나만의 고요한 공간이 필요하다.
거창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인위적이지도 않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침대 옆 작은 공간에
나만을 위한 작은 책상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성찰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집안 어디든 좋다.
자기만의 방을 만들기에...
다만
소박한 자기만의 방에서,
내 삶의 변화와 성숙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작은 집에 살게되면서
삶을 더 행복하게 가꾸고,
내가 원하는 마음의 콘체르토를 작곡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집살이를 통해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