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두는 공간에서는 감 한 개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
작은 집에 산다.
여백의 공간이야말로 작은 집의 정답이다.
욕실과 작은 방 사이에 선반을 놓았다.
이 선반은 평소에 비워둔다.
올려놓아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올려놓는다.
다만 작은 화분 하나는 놓는다.
이 화분으로 인해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화분으로 인해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이 선반은 평소에는 비워두고, 그때그때 상시적으로 물건을 놓는 곳으로 사용한다.
과일이 있을 때 잠깐 과일을 놓는다.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놓아야 한다면 이곳에 잠깐 올려놓는다.
아이들 간식을 잠깐 올려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는다.
오늘 읽을 책 한 권 정도 올려 놓는다.
이 선반은 이런 용도이다. 딱 필요한 물건만 올려놓는 공간이다.
공간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아름답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물건에 휘둘리지 않는다.
비워두는 공간에서는 감 한 개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세잔의 정물화가 부럽지 않다. 이 자체가 정물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