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플빈 May 16. 2017

비워두는 선반

비워두는 공간에서는 감 한 개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

작은 집에 산다. 

여백의 공간이야말로 작은 집의 정답이다. 


욕실과 작은 방 사이에 선반을 놓았다. 

이 선반은 평소에 비워둔다. 

올려놓아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올려놓는다. 

다만 작은 화분 하나는 놓는다. 

이 화분으로 인해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화분으로 인해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오늘은 감을 올려 놓는다. 학교 다녀오면 아이들이 감을 먹을 것이다. 이 선반에 올려놓는 물건들은 기쁨을 주는 것들이 많다.



이 선반은 평소에는 비워두고, 그때그때 상시적으로 물건을 놓는 곳으로 사용한다. 

과일이 있을 때 잠깐 과일을 놓는다.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놓아야 한다면 이곳에 잠깐 올려놓는다. 

아이들 간식을 잠깐 올려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는다. 

오늘 읽을 책 한 권 정도 올려 놓는다. 

이 선반은 이런 용도이다. 딱 필요한 물건만 올려놓는 공간이다.


공간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아름답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물건에 휘둘리지 않는다. 

비워두는 공간에서는 감 한 개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세잔의 정물화가 부럽지 않다. 이 자체가 정물화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실의 서재화 → 거실의 여백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