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정리한 뒤, 물건을 다시 보게 된 순간
돌이켜보면
물건을 비운 것만으로는
하루가 비워지지 않았다.
집은 정리됐는데
시간은 여전히 빽빽했고,
마음은 계속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물건 다음으로
관계를 비웠다.
관계를 덜어내고 나서
미니멀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더 이상
몇 개를 비웠는지,
얼마를 줄였는지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비움이
성과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 상태였다.
그 이후로
미니멀은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대하는 태도가 됐다.
내 물건을 대하는 태도,
아이들 물건을 바라보는 기준,
그리고
맥시멀한 짝꿍과
같이 살아가며
물건을 다루는 방식까지.
이제부터의 기록은
얼마나 비웠는지가 아니라,
내 물건을
어떤 기준으로 남기게 됐는지,
아이들 물건을
왜 다르게 보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나와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미니멀을 ‘완성’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를 지나
삶에 맞게
미니멀을 다시 쓰고 있는
나만의
조용한 선택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