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걸 계속 꿈꿔도 되는 걸까
꿈. 평생을 통틀어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안 들어 본 이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왔다. "넌 꿈이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이 질문에 부응하듯 자연스레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질문의 의도는 무척이나 무해하다. 무해한 걸 넘어 관심이고 애정이다. 이 작고 귀여운 아이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유발된 질문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순수했던 꿈에 대한 질문은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우리는 꿈을 정하기를 강요받는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자신의 능력치(?)와 부합되는 현실적인 꿈일 것.'
전교 하위권을 맴도는 아이가 의사가 되기를 희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누구 하나 잘못한 이 없지만, 꿈을 정해야 하는 아이만 혼란스럽고 그럴싸한 꿈을 내놓지 못하면 주변의 질타를 받는다.
현실적인 조건에 맞는 꿈을 선택하고 맞이한 성년 초반의 시간들은 빠르게 흘러간다.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시간은 야속하게 흐른다. 그렇게 내 꿈의 존재를 잊은 채 살아가다 보면, 그 누구도 내 꿈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시기가 온다. 그때부터의 삶에서는 마치 꿈이라는 것이 딱히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꿈보다는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꿈을 좇는 것은 철없고 이상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굳이 꿈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던 시절에는 꿈 하나쯤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처럼 꿈을 갖기를 강요받아 왔지만, 정작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 때에는 환영받지 못한다니. 이상하다. 아니, 어쩌면 억울한 일이다. 어영부영 등 떠밀려 정한 꿈에 온 시간을 낭비하고 나서야 나의 진짜 꿈을 알고 싶어 졌는데, 환영은커녕 이제는 늦었다는 편견과 싸워야 하니 말이다. 꿈으로 나아가는 길도 평탄하지 않은데 조력자보다는 방해꾼이 많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에는 자신의 꿈을 오래도록 간직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너무 익숙해 이제 꿈같지도 않은 내 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그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직업이 된다는 말이 있었지.
틀렸다. 하고 싶은 일은 하면 할수록 더 파고들게 만드는 직업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 열정이 고갈될 거라면 처음부터 그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한때의 시도였을 뿐이다.
- 김호연의 <망원동 브라더스> 중에서 -
내세울 것 없고 현실을 초라하게 만드는 꿈일지라도 주인공은 계속 꿈꾸고 나아간다. 하면 할수록 더 파고들게 만드는 직업 이상의 무언가가 진정한 꿈이라고 말이다.
오랜 시간 꿈을 간직하며 산다는 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꿈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나를 스쳐갔던 수많은 꿈들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에는 꿈을 가진 것만으로 벅찼던 때가 있었고, 한때는 매우 간절했으며, 기쁨과 혼란, 절망을 주기도 했던 나의 꿈들. 불안 속에 요동치며 꿈을 향해 나아갔던 그 시간들은 행복하진 않았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꿈은 뭐지?' '음.. 지금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을 늘 가까이 두고 운동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이따금씩 카페에서 멍 때리는 여유를 갖는 삶인데.. 직업적으로는 자기 계발로 꾸준히 성장하며 평생 일을 놓지 않고 하는 것이 꿈이다.' 이런 소소한 것도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꾸었던 원대한 꿈들은 다 어디 가고 어째서인지 '꿈같지도 않은 꿈'만 남은 것 같다.
꿈을 직업과 진로로 혼용해 사용하다 보니, 우리는 꿈이라면 응당 거창해야 한다고 착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꿈이라는 게 그렇게 장대할 필요가 있는 거였을까. 인생을 멀리 바라보고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삶, 먼 훗날 내 삶을 이랬노라 정의 내릴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진짜 꿈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더라도 나만의 가치관을 갖고 그에 맞게 내 삶의 꾸려가는 것 말이다.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장할 필요도 없고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으며, 지금의 행복을 기꺼이 미뤄둘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정작 행복을 만드는 건 특별한 행운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인 경우가 많았다.
이제 나는 그런 꿈을 꾸려한다. 누군가에게는 '꿈같지도 않은 꿈'같아 보이는 소소한 것일지라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곳으로 나아가는 그런 것 말이다. 모든 이에게 '꿈'은 평생을 함께한 무엇이다. 나에게도 예외 없이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꿈을 재설정해 보려 한다.
'나는 평생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책과,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 마음의 쉼을 주는 멍 때리기와 늘 함께하며 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