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의존증, 그 시작은..

나는 책이 없으면 불행, 아니 불안하다.

by 담하

나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동안에는 '불행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나 요새 왜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책을 읽은 지가 한참 지났을 때다. 그럴 때가 많았다.


내가 처음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찮은 계기였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과 학창 시절 읽었던 언어영역 지문을 제외하고,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의적으로 책 한 권을 완독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대학원을 다닐 때 기숙사 조교로 행정실을 지키는 일이 많았는데, 그곳에는 기숙사생에게 대여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비해 놓은 책이 3~400권 정도 있었다. 기숙사 조교로서 특별히 임무가 있다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찾아오는 기숙사생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므로 보통 '대기' 상태인 때가 많았다. 그러다 문득 집어든 책 한 권이 내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행복하지는 않은 것은 알겠는데 그게 불행한 건지 불안한 건지 잘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책은 마치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듯했다.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늘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던 내 마음에 큰 변화가 일었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내가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가치관의 변화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책'이다.

그때부터 책을 맹신하는 마음이 시작되었다.

'책 속에 모든 답이 있어.'

이 진부한 말은 나에게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미친 듯이 읽었다거나 책에 파묻혀 산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바가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사는 게 바쁜 순간에는 어느새 잊고 사는 것이 책이기도 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하니 운동을 좋아하지만, 정작 운동하러 가기는 힘든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내가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왜 우울한 마음이 들지? 왜 불행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면 결국 깨닫는다. '아 요즘 책을 안 읽었구나..'

종착지늘 책이었다.


나란 사람은 책을 멀리할 때면 어김없이 불행해졌다. 내 삶을 인도해 주는 길잡이를 필요로 하듯 그렇게 책에 의존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책 의존증'이 분명하다. 혼자인 시간이 지독히 길었던 나에게 인생에서 마주하는 깊은 고민과 문제를 털어놓을 곳은 어디도 없었고, 그런 나에게는 책이 유일한 정답 같았다. 내가 궁금한 걸 묻고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책 의존증."

병증처럼 표현을 하고 보니 고쳐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꽤 괜찮은 증상이다. 책이 나를 변화시켰고 나를 살렸으니까. 나는 책과 함께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찾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여정 속에 있다. 그 끝이 어디일지 정말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