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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Feb 24. 2022

나의 열정에 대하여.

열렬한 애정보다 사소한 관심이 더 좋은걸요.

열정 :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늘 그렇듯 나의 열정에 대하여라는 공통주제를 받아 들곤 생각에 잠겼다. 열정에 대한 뜻을 검색해보니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적혀있었다. 모르겠다. 음악 어플에서 열정을 검색해 노래를 하나하나 들어봤다. 뜨거운 가슴에 너를 안겠다는 세븐과 이 세상에 나의 너보다 소중한 것이란 건 내게 있을 수 없다는 유승준, 외로운 혜은이 등등 사랑에 대한 열정 그걸 사랑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대입해 보고 싶었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자유, 햄버거, 콩나물국밥, 웹툰, 아이돌에 대한 걸 쓰려니 다른 열정러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당장 눈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거나 어떤 비용을 지불한다 한들 웹툰 작가나 아이돌들이 활동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러니까 내 능력 밖의 일인 것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넌 열정이 없어, 넌 꿈도 없니?,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실천을 안 하는구나.라는 말은 이젠 타격감도 없다. 심지어 실천을 안 한다는 말은 어젯밤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나온 얘기였다.(진솔한 토크였기에 비난의 의도는 없었다.) 이전에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라며 길길이 날뛰었을 건데 요즘의 나는 인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맞아. 나는 실천이 잘 안돼. 숨 쉬면서 살아가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움직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남편도 웃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에 깊게 빠지는 건 어렵지만 사소한 순간에 감동하곤 한다. 문득 하늘을 보면 또렷하고 맑은 하늘의 색감과 양의 모양을 하고 둥둥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볼 때. 바쁜 하루의 일상 속에서 생각지 않던 사람이 뜻 없이 건넨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될 때. 우울감을 털어내려 나간 산책 중에 본 하천의 윤슬이 좋다. 가볍고 사소한 것들이 좋다. 대단한 열정은 없지만 작은 것을 잘 볼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열정이 넘쳐흐르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 곁에 있는 게 좋다. 나는 열정러들을 수집하고 다닌 것처럼 주변인 대부분이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남편, 좋아하는 가수, 나의 멘토, 친구들 모두 하나같이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냥 그들을 보고 있으면 좋다. 숨 쉬는 것도 벅찬 나에게 큰 에너지원이 된다. '오늘은 나도 한걸음 내디뎌 봐야겠다' 라며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나의 열정이란 건 '그들의 열렬한 애정과 열중'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사소한 관심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나에게 아쉬운 마음의 비난을 퍼부어도 변하지 못했지만 열정적인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다 보니 나도 어쩌면 나아갈 수 있겠다 라는 희망을 보고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옛 동화처럼 바람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없다. 내려쬐는 태양만이 그의 옷의 단추를 풀어낸다.

꽤나 오랜 시간의 비난을 듣게 되면 자기혐오만 생긴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비난의 소리는  흘려듣고 무언가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사람들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채워지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긴 다는걸. 그러니 열정적이지 못한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사소한 관심이란 것도 나의 열정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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