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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Mar 10. 2022

등원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

고단하다 고단해 3월

 

22년 2월부터 한 달간의 가정보육을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코로나 단계가 격상할수록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등원을 하지 않아요 어머니~'라던가 '낮잠을 억지로 재울 순 없어요, 다른 아이들의 수면에 방해가 돼요.' 라는 말로 사랑반 학부모들의 마음을 자주 흔들어 놓으셨다. 결국 12시 30분이면 아이들이 하원을 했다.다 같이 하원한 아이들은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다. 날이 추워지 고부턴 일주일에 한 번씩 키즈카페에 가서 놀리기도 했다. 다른 어린이집은 4시에 하원한다는데 12시 30분에 하원하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12시 30분 하원에 적응을 해버렸고 엄마의 사정상 4시에 하원하는 다음날은 어김없이 등원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정말 징글징글한 1년이었다. 그나마 작년 한 해 동안 가정보육에 익숙해진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설 이후 우는 아이를 달래서 등원시킨 날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나왔고 아이는 처음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했다. 어찌나 고통스러워하면서 울고 화를 내는지 당황스럽고 미안한데 속도 모르는 간호사님은 아이가 시끄럽다며 계속 핀잔을 주셨다. 물론 그 핀잔은 아이를 향해 있지만 제대로 달래지 못하는 나를 향한 것이었을 테다. 왜 신속항원검사를 이렇게 불친절한 병원에서 진행하는 거야. 나라고 보건소 안 가고 싶겠어? 라며 발끈했지만 어쩌겠어.. 다들 그렇게 힘든 상황인 거지. 다행히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고 그날부터 가정보육에 돌입했다. 남편도 확진자가 많아진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삼식이들과의 24시간 동거가 시작됐다. 남편은 회사 일을 하는 순간에는 이상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 된다.(이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더 심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저 나의 착각이길 바라고 있다.) 종일 방 문을 닫고 있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나와서 후다닥 먹고 방에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하나 있는 노트북은 남편이 차지하고 있어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어려웠다. 어쩌겠는가 집에 있는 내가 좀 참아야지. 불편하더라도 아이패드로 글을 쓰고 아이패드마저 아이에게 뺏기면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하는 시간을 가졌다.아이는 혼자서 잘 놀기도 하지만 심심해지면 그만큼 나에게 생떼를 피웠다.안타깝고 내 할 일이 밀리니 나도 애가 타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니었다. 남편은 2주 정도 재택근무를 하다가 영 맞지 않는다며 다시 출근을 했다. 그사이 아이는 어린이집 졸업식에 참여했고, 유치원 설명회도 다녀왔다. 유치원 시설은 좋았지만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등록 취소하고 집 앞 어린이집으로 옮기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은 2월이 지나고 3월이 되었다. 늘 대충대충인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꼼꼼하게 모든 준비물을 챙겼다. 늦게 등록을 한 만큼 나중에 받은 서류들은 바로바로 작성해서 제출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다. 첫날은 키즈카페에 간 것 마냥 신나게 뛰어 들어갔고 둘째 날은 들어가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셋째 날도 억지로 발길을 돌리긴 했지만 돌아와서는 재밌었다며 종알종알 묻는 말에 대답해줬다. 그리고 그다음 주 화요일 하원한 아이에게 키즈카페에 갈까?라고 물으니 '엄마 나 힘이 없어서 못 가겠어.'라는 말을 한다 응? 키즈카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인 아이가 힘이 없어 못 가겠다니?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아침에 약속한 과자를 사러 무인마트에 들렸고 돌아가는 길 아이가 힘이 없다며 안아달라고 했다. 다른 날과 달라 보이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군말 없이 안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체온을 재어보니 38.8도. 열이 나고 있었다. 세상에 코로난가? 3주 동안 아이의 코를 다섯 번은 찔러본 것 같은데 또 병원에 가야 하는 건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급한 대로 엉엉 우는 아이를 힘으로 제압해 자가 키트 검사를 했고 음성이 나왔다. 남편에게 전화해 아이의 상태를 전달하니 당장 병원에 가보라며 성화였다. 성질이 났다. '애는 열나서 힘도 없고 키트로는 음성인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편의 탓이 아닌 걸 알지만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키즈노트에 알람이 떠서 확인하니 아이 같은 반 아이가 확진이 되었으니 키트 검사를 해보란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빼도 박도 못하겠네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지금 퇴근하고 있다고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한다. 이미 시간은 4시 30분이었기에 남편 도착 전에 아이 옷을 입혀 병원으로 출발했다.  입구에서부터 긴장하며 검사 안 한다고 울먹이는 아이에게 오늘은 열만 체크하자고 거짓말을 했다. 온 가족이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면서는 차라리 양성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주 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도 또? 라며 의아해하셨다. 열만잴꺼야!라고 소리 지르는 아이의 몸을 힘주어 잡고 검사를 했고 결과는 또다시 음성이었다. 어린이집에 전화해 음성소식을 알렸고 속상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치킨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새벽 아이의 열은 39도까지 올랐고 해열제 냄새가 싫어 안 먹겠다는 아이를 달래고 달래 약을 먹이고 

37도까지 떨어진 걸 보고야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편두통이 나를 괴롭힌다. 왜 하필 반에서 확진자가 나온 날 열이 났을까 싶지만 이게 평범한 감기인지 코로나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쨋든 아이의 감기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는 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겠지.


다시간 유치원에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3월이 지나면 이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이 끝나기를 바라본다.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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