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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Feb 04. 2022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

목요일의 글쓰기 모임

목글모를 대하는 자세



아이고. 나는 요즘 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주일은 흘러가고 목요일, 글쓰기 모임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한 글자라도 적어보려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마음에서 오늘은 글을 써야 해! 라고 소리치는 정도였지 그 이상 실행해 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는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다음 카페를 개설해 인터넷 소설을 써보기도 했고(물론 1화 이상 써본 적은 없다) 중고등학생 때는 감성과 감정을 모두 쓸어 담은 일기도 매일 꾸준히 썼다.

대학에 가면서는 글 자체에 무던해졌고 책도 잘 안 읽었던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나라는 존재가 잊혀가는 것 같아 블로그며 인스타며 내 개인계정에 무엇이든 적었댔다. 친구들이 지나가는 말로 지선이 블로그나 인스타 글 읽으면 참 재밌어. 라고 말해 줄 때 느끼는 뿌듯함이 너무 좋았다. 작은 칭찬이라도 늘 곱씹고 곱씹는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말이니까. 뭔가를 쓰고 돌아오는 피드백이 너무 행복했다. 고작 1줄에서 5줄 정도를 적어 내리면서 그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 이후북스 에서 운영하는 매일 10문장 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현재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매일 글감과 함께 자신이 미리 작성한 글을 선보이면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일 글을 쓰고 주말엔 서로의 글에 피드백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통통 튀는 글을 잘 썼던 것 같다. (돌아보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 성격이 많이 달라져서 인 것도 같다)

3주간 주어진 글감에 내 이야기를 덧붙여 10문장을 써 내려가니 글도 조금 느는 것 같았고 어떻게 글을 마무리하는지 라던가 내가 어떤 표현을 잘하는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이런 표현을 읽을 때 좋다고 느끼는구나 라는 걸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10문장의 글을 쓰기 위해 매일 12시 글감과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의 주제를 생각하는데 하루를 거의 보냈던 것 같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시간은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밤 10시쯤이었다. 빠르면 1시간 길어지면 2시간을 꽉꽉 채워 10문장을 써 내려갔다. 글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문장을 채우기 위해 온종일 내 머릿속은 글과 관련된 생각을 해야 했으니까.


올해 8월 나는 상희님의 권유로 목요일의 글쓰기 모임에 들어왔다. 중간에 참여하게 된거라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처음 밴드에 들어가 멤버들의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멤버들의 글은 정말 좋았다. 어쩜. 다들 이렇게도 작가 같은지. (유미의 세포들에 나오는 작가세포를 하나쯤은 품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질투도 났거니와 이들 사이에 내 글을 올려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 내 글을 읽고 다들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떨림을 안고 첫 글을 겨우겨우 작성해 올려냈다. 솔직한 나의 육아 얘기였지만 다시 읽어보니 꽤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잘 쓰고 싶다는 강박이 내 글을 더 딱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가볍게 쉽게 툭툭 던지듯 쓰는 게 나의 강점이자 장점인데 그런 식의 표현들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글에서 나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은 다른 멤버가 더 잘하는 편이고 그들은 내가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발전했다. 본인의 성격이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물론 나도 처음보다 글을 조금 더 길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지구력이 부족한 편인데 몇 글자 적어 내려가다가 처음으로 돌아가 글을 읽고 또 읽는다. 말이 잘 이어지진 않는지 자기검열을 오지게 (꽤, 많이 라는 표현은 부족하다) 하다 보니 내 글에 질려버리기도 해서 이제는 쭉 쓰다가 글이 막힐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 내린다. 그렇게 쓰면 훨씬 수월하게 글이 이어진다. 아무 말 대잔치 일 때도 많지만, 마지막에 수정하면 된다. 그리고 표현력과 언어적 한계에 자주 좌절하는데 사용하는 단어가 한정적이다 보니 글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봄에 새싹이 돋은 걸 보고 느낀 나의 감정을 새싹이 돋아났다. 봄이다. 라고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는 게 슬프다. 다른 사람의 글을 훔쳐다 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언젠가 나에게 맞는 글의 옷을 입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제 글의 마무리 해야 하니 솔직한 마음을 꺼내어 본다.

사실 처음 모임에 들어왔을 때 목요일의 글쓰기 모임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내 수줍은 글을 누군가에게 꺼내 보인다는 게, 매주 한편의 글을 완성해 내야 한다는 게 두려웠다.

뒤로 숨는 사람이지만 모임에 들어와 나를 꺼내 보이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여전히 숨는 게 편하고 나보다 다른 이가 먼저 나서 주길 바라지만 틀려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걸 안다.

목글모를 하면서 가장 큰 소득이다.


모임 시간에 멋진 글을 쓴 것 처럼 피드백해놓고 마무리를 못 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대는 꼴이 역시나 저답고요..

그렇게 됐어요. 여러분 오늘의 마무리는 이렇게 해볼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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