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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Feb 04. 2022

불쾌한 손님


글을 쓸 소재가 많다는 건 매주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꽤 반가운 소식이지만 요즘같은 일들은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게다가 좋은 일, 황당한 일, 재밌는 일만 있다면 좋겠지만 기분 나쁜 일도 나를 자주 찾아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든다.


덕분에 깜빡하고 넘어갈뻔한 이번주 글쓰기를 하게되었으니 다행인건가?



금요일 밤, 익숙한 불편감을 느꼈다

나는 이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이것과 나는 꽤 오랜시간동안 함께해왔다.

대학교 1학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다. 소변을 보면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졌고 잔뇨감이 계속되어 화장실에서 나올수가 없었다. 이게 뭐야? 왜 여기가 아픈거지? 황당했는데 변기에서 일어나 물을 내리려는순간 눈을 의심했다. 변기 안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게 아닌가? 혈뇨? 혈뇨라니 이건 무슨 병이지? 한참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단 얘기가 떠들석 했었기 때문에 겁이나기 시작했다. 이미 병원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 애매한 통증을 버티며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학교 수업은 뒤로 미뤄두고 산부인과에 갔고 병원에서 상태를 설명한 뒤 소변검사를 했다. 의사선생님은 잔뜩 겁먹은 나에게 방광염 이라며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염증수치가 높을 경우엔 소변에 피가 섞여나오기도 하는데 학생은 수치가 높아서 많이 섞여 나온것같다며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감염이 생긴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항생제 주사를 맞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나니 증상이 사라졌다. 엥? 약만 먹으면 금방 해결되는걸 새벽내내 괴로워했단말이야? 생각보다 간단하게 통증에서 벗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그 후로도 이 불편한 손님을 자주 맞이해야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컨디션이 안좋네? 라고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듯 방광염이 따라왔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장 다행이었던건 내 상사가 나처럼 방광염의 고통을 알고 있는 여자 였다는 거다.

'과장님, 병원 들렀다 출근할게요..'라며 종종 오전 반차를 날려먹어야 했으니까. 남자 상사였다면 쉽사리 얘길 꺼내지못했겠지 싶다.


어쨋든 이 얘길 꺼낸 이유는 토요일 새벽 4시 고통을 참지 못한 내가 홀로 응급실로 향했기때문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느낌이 찝찝하더라니 꼭 병원 문 닫고 나면 말썽이다. 아침까지 기다려볼까했지만 일요일이라 어차피 응급실에 가야할거 같아서 대충 옷을 챙겨입고 자는 남편을 깨워 병원에 다녀 온다고 말하곤 씩씩하게 걸어나왔다. 밤이라서 좀 무섭기도 했지만..고통은 공포를 이겨내게 한다.


몇가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혹시나 방광염이 아닌 다른 질병일수도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고 소변검사를 위해 작은 통에 소변도 받았다. 피가 섞여나오는건지 소변색이 진해졌다.

그리고 피검사를 해야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응급실 바늘은 두꺼워서 아프실거에요 라고 말씀하셨고 바늘이 커봤자지... 덤덤히 생각했지만 피뽑는 내내 아파요....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한시간 정도 진통제를 맞으며 검사결과를 기다리는데도 어찌나 손등이 욱신거리며 아프던지 꽤 힘든시간이었다. 결과는 예상했던데로 방광염이었고 새벽이라 약국문이 닫았다며 항생제도 한 통 맞고 가라고 하셨다. 혈관으로 약이 밀려 들어오는데 그 느낌이 어찌나 생생한지..웩! 차가운 액체가 밀려들어오니 혈관을 따라 체온이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애꿎은 시계만 째려보았지만 꼬박 1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그래 무리했지. 또 오바했다.

체력을 잘 분배했어야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어쩐지 아침 눈뜨자마자 남편이랑 싸워대더라니 힘들어서 그랬구나. 오늘 돌아가면 물을 꼭 많이 마셔야지 라며 나를 다독였고 꽤 비쌌던 비용을 수납하며 속으로 왜 하필 토요일냐며 방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지친몸을 끌고 파들파들 걸어돌아와 아들 옆에 누우니 그제야 노곤노곤해지며 눈이 감겼다.


2시간 뒤 아들의 보채는 소리에 깨어나야 했지만 단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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