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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Feb 02. 2017

꿈에서 탄생한 재봉틀

꿈속에서 해결하는 현실의 문제

어렸을 때부터 재봉틀이라는 이름보다 미싱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들었다. 그때 단순하게 일본말인가보다 생각했었다. 미싱은 machine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한다. 재봉틀이 영어로  sewing machine이니 sewing이 사라지고 machine만 남아 미싱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재봉틀로 처음 특허를 받은 사람은 일라이어스 하우(Elias Howe, 1819년~1867년)다. 그는 1846년 재봉틀을 "a process that used thread from two different sources."라는 명명으로 특허를 받았다. 


일라이어스 하우의 재봉틀이 기존의 재봉틀과 다른 것은 재봉틀에 사용하는 바늘이었다. 기존의 바늘이나 손바느질용 바늘과 실을 끼우는 바늘귀의 위치가 정 반대였던 것이다. 하우의 바늘은 옷을 뚫고 들어가서 고리를 다른쪽에 만들었다. 그리고 셔틀이 트랙상에서 음직여 두 번째 실이 고리를 지나가면서 소위 겹박음질(lockstitch)이라고 하는 것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재봉틀의 바늘이 좌우로 움직였고, 바늘도 두 개 였다.  

지금 사용하는 재봉틀만 본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우의 재봉틀을 머릿속에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하우의 이 겹박음질 기계는 싱어(Isaac Merritt Singer, 1811년~1875년)에 의하여 개량되었는데, 싱어는 하나의 바늘이 위아래( up-and-down)로 움직이게 개량하였다. 싱어의 미싱은 발패달을 밟아서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는데, 예전에 보았던 앤틱 재봉틀이 바로 싱어가 개량한 미싱이었던 거 같다. 지금은 패달이 없는 전동형 미싱이 많이 보급되었다. 


재봉틀을 사용하면서 내가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재봉틀의 바늘이었다. 손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바늘과 바늘귀의 위치가 정 반대였기 때문이다. 이 바늘은 하우가 발명했다고 하는데, 하우가 재봉틀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였다. 하우는 장애인이었고, 수입도 충분하지 못해 그의 아내가 삯바느질을 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을 도왔다. 기계를 제작하고 보수하는 일이 직업이고 애처가인 하우는 아내가 하는 일을 좀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스스로 바느질하는 기계를 구상하였다. 사실 그때까지 그는 기존의 재봉틀처럼 한 가닥의 실로 바느질하는 재봉틀의 원리를 따라가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막히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꿈에서라도 누군가 나타나 해결 방법을 알려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인가 보다. 하우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꿈에서 얻어졌다.  


“어느 날, 나는 이상한 꿈을 꿨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식인종들 앞에 끌려가 1시간 안에 재봉틀을 만들지 못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엄명을 받았다. 아무리 궁리했으나 그 기계의 발명이 쉽지 않아 나는 사형장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식인종이 창을 겨누며 다가왔다. 햇빛에 창끝이 반짝이고 있을 때, 나는 창끝의 조금 넓적한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면서 번쩍 정신을 차려 잠에서 깨어났다.”

하우가 꿈속에서 주목한 것은 창끝의 구멍이었다. 보통 바늘은 실을 꿰는 구멍이 뒤쪽에 있는데, 원주민의 창에서는 앞쪽에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꿈속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우는 앞쪽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 윗실과 밑실로 2가닥의 실로 겹바느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존의 방법을 뒤집는 사고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하우는 재봉틀로 특허를 받기는 했지만 재봉틀을 대중화하지는 못했다. 하우가 보스턴의 양복점 주인들에게 자신의 재봉틀을 보여주자 그들은 “이 기계가 양복 값을 떨어뜨리고 결국 양복점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양복점 주인들은 갱단을 시켜 하우의 목숨을 협박하고 재봉틀을 파괴했다. 


싱어는 하우의 재봉틀을 개량하여 특허를 받고 "한 집에 한 싱어 재봉틀"이란 목표로 마케팅을 전개해 나간다. 싱어(Isaac Merritt Singer, 1811년~1875년)는 뉴욕 주 피츠타운 출신의 기계공인데 그가 재봉틀을 개량하고자 할 때도 역시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느날 꿈속에서 무장한 기병대가 나타나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창으로 마구찌르는 것이었다. 싱어는 그때 창에 찔린 깃발이 바람결에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하나의 바늘이 위아래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게 하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래저래 꿈과 재봉틀은 뗄래야 뗄수가 없는 듯 보인다. 


싱어미싱은 19세기 중반만해도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99년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운명이 되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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