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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Feb 14. 2017

4차 산업혁명과 학교

우리는 주인이 되는 교육을 받아왔는가? 하녀가 되는 교육을 받아왔는가?

이제 고3이 된 우리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주변 친절한 이웃들의 조언으로 초등학교 입학한 딸에게 비닐 가방에 들어 있는 문제집 세트를 사주었다. 예습과 복습용으로 사주었던 거 같다. 어느 날 문제를 우리 딸이 푸는데 전혀 얼토당토않은 답을 문제집에 적는 것이다.


"문제집을 잘 읽어 보고 시키는 대로 해야지"

"엄마! 내가 문제의 시녀야. 왜 시키는 대로 해!"(울음)


나는 얼마나 무식한 엄마였던가. 더 기막힌 것은 그 당시에 딸의 이런 따끔하고 순수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지를 자각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새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인터넷 검색창에 써넣고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이란다. 정보통신기술이란 당연하게도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을 합하여 사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정보와 통신은 모두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다. 


예전에는 전문가란 오랜 시간 지식을 더 전문가로부터 배워 습득해야만 했다. 그리고 더 전문가의 감독하에 잘 배웠다는 의미로 학위가 주어졌다. 이런 의미의 학위였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위 수여는 전문가가 모여 있는 대학에서 갖고 있는 권한이다. 그런데 ICT를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이런 기존의 질서들이 흔들리게 된다. 


기존에 전문가의 머릿속에 또는 두꺼운 책 속에 물리적으로 갇혀 있던 정보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통신기술의 발달로 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모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하여 췌장암 진단키트를 개발한 잭 안드라카 TED 강연

우리나라 나이 16세에 췌장암 진단 키트를 개발한 1997년생 잭 안드라카는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강연에서 잭 안드라카는 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지, 학위나 성별, 연령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여 인터넷에서는 누구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잭 안드라카가 바로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췌장이 뭔지도 몰랐던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인터넷에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여 해결책을 찾아가고 이메일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인터넷을 통하여 그들이 서로 연결되어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잭 안드라카를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잭 안드라카가 인터넷을 통해 최초로 던진 질문은 "췌장암이 뭐지?"였다. 그리고 그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2년이면 되었다. 누구는 이야기했다.

 

"그건 그 아이가 천재여서야."


사람은 다양한 방향에서 모두 천재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지능만 9가지이고, 더 확장될 가능성도 남겨 놓았다. 잭 안드라카가 천재인지 아닌지 그것은 내가 알지 못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그의 시선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잭 안드라카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시선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우리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다양해야 우리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우리가 그 너머의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학교에서 지식을 위에서 아래의 한 방향으로만 배웠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공부를 했고, 질문을 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했다. 서두의 우리 딸처럼 황당하게 말하는 아이가 학교에 있었다면 그 아이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그런 아이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10여 년 전 우리 딸이 울며 나에게 항의했을 때 내가 한 말은 이렇다.


"너 그러면 학교 시험에서 틀린다"


우리는 과연 주인이 되는 교육을 받아왔는가? 하녀가 되는 교육을 받아왔는가?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체로 우리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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