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수학부터 시작하는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나폴레옹-
아들의 중1 수학 문제집 속표지에 적혀있는 말이다. 수학 공부에 끈기가 필수라는 의미 이리라. 내가 수학 문제집 풀기를 조금 해보니 이 말은 절실하게 사실이었다. 문제만 계속 푸는 것은 진짜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이었다. 얇다고 생각한 문제집에 웬 문제가 그렇게 많고, 한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왜 그리 긴지. 연습문제가 부족해서 수포자로 머물든, 문제를 풀다 지쳐서 수포자가 되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마에 붙은 수포자 딱지를 떼 보리라 했던 호연지기가 몇 장의 문제풀이에 사라지자, 수포자 딱지를 뗴는 것은 산 넘어 산으로 느껴졌다.
며칠을 쉬다가 내가 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할 것도 아니고, 수능 만점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수학만 잘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사실 내가 읽는 과학 교양서가 가운데 몇은 고등학교 수학을 배운 사람은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식만을 사용했다고 머리말에 쓰여 있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수학을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과학교양서에 나오는 수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명색이 한 때 과학자를 꿈꾸었던 사람으로서 과학 교양서 정도는 이해하면 살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인데, 중1 수학에서 그만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고작 중1 수학이니 일단 내 맘대로 공부를 해보자 이렇게 심기일전하기로 했다. 나는 수학 개념을 요리조리 생각해보고 이해한 후 문제 몇 문제만 푼 다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이해라도 하고 보자 이런 식으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여기서 멈출 것도 같았다.
그래서 문제집을 다시 보니 적어도 내 생각엔 1단원의 내용은 거의 이해를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까 하다가
"자연수만 소인수분해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창에 써넣어 보았다.
"음의 정수 소인수분해"
중학교 과정에서는 자연수에서만 소인수분해를 배우는 것이고 사실은 음의 정수에 대해서도 소인수분해가 가능하다고 과학백과사전에서 설명해 주고 있었다. 심지어 정수에만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항식도 가능하다니, 갑자기 언젠가 배운 인수분해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소인수분해에서 '소'자만 뺸 것이 아닌가? 그럼 인수분해도 소인수분해에서 확장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되겠다고 맘 속으로 느껴졌다. 소인수분해가 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인수분해는 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인수분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인수분해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암호체계의 근간이 된다는 기사들이 숱하게 있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암호의 체계는 RSA암호체계인데, RSA라는 이름은 이 암호 체계를 개발한 MIT의 로널드 리베스트(Ronald Rivest), 아디 샤미르(Adi Shamir), 레오나르도 애들먼(Leonard Adleman)의 이름 앞글자를 따 만든 것(RSA - Rivest, Sharmir, Adleman)이다. 리베스트와 샤미르는 컴퓨터 과학자였고, 애들먼은 수학자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RSA암호는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암호이다.
RSA 암호는 소수(素數)를 이용한다. RSA 암호의 아이디어는 중요 정보를 두 개의 소수로 표현한 후, 두 소수의 곱을 힌트와 함께 전송해 암호로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소수는 2,300년 간 연구되었지만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는데 암호학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한다. 소수가 2,300년 만에 컴퓨터에서 빛을 발하다니 세상에 유용하고 유용하지 않고는 시대를 잘 만나는 것에 크게 기인하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찌 되었든지 RSA 암호가 풀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샤미르, 애들먼은 1977년 8월에 미국의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내가 쓰기엔 쓰다가 헛갈려 잘 못쓸만한 129자리인 N의 소인수 p와 q를 찾아보라는 퀴즈를 냈다. 이 말인즉슨 129자리의 수 N이 소인수 p와 q의 곱이니 이 소인수 p와 q를 찾아라란 말인데, 129자리의 수란 대략 이 정도로 길게 나열할 수 있다.
N=114,381,625,757,888,867,669,235,779,976,146,612,010,218,296,721,242,362,562,561,842,935,706,935,245,733,897,830,597,123,563,958,705,058,989,075,147,599,290,026,879,543,541
이 문제에는 현상금이 100달러가 걸렸었는데 잡지에 실린 지 17년 만인 1994년 4월 26일에 600명의 지원자로 이루어진 팀이 p와 q 값을 발견한다. 129자리의 N에 대한 소인수 p와 q 값을 구하는 데, 25개국 600명의 사람이 1,600대의 컴퓨터를 사용했는데도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더 많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얻어낸 답은 이렇다
p=3,490,529,510,847,650,949,147,849,619,903,898,133,417,764,638,493,387,843,990,820,577
q=32,769,132,993,266,709,549,961,988,190,834,461,413,177,642,967,992,942,539,798,288,533
세상에 이 문제가 600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풀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니. 아무리 1994년이지만 1,600대의 컴퓨터로 8개월을 돌려서 찾아낸 해답이라니 인간이 시도했다면 평균수명 내에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런데 디지털 컴퓨터를 사용하면 해독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암호도 최근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는 양자 컴퓨터만 있으면 암호로서의 기능을 잃는다고 한다.
"벨연구소의 응용수학자 피터 쇼어(Peter Shor, 1959~)가 양자컴퓨터로 소인수분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만약 이런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소인수분해 방식의 공개키 암호문은 모조리 뚫리게 된다. "
이렇게 되자 다시 양자 암호라는 것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양자 암호는 양자 컴퓨터보다 먼저 실용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찰스 베넷 IBM 박사와 질 브라사드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가 1984년 발명한 이 암호(양자 암호)는 통신 당사자들이 양자역학을 이용해 일회용 난수표를 나누어 가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어 1989년에는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도 자주 잊어버려 날마다 본인 확인을 하면서 사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렇게 심오한 컴퓨터와 수학 기술을 동원한 암호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참고로 한 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RSA 알고리즘 (정보 보안 개론, 2013. 6. 28., 한빛아카데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