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수학부터 시작하는
아들 초등학교 졸업에 이사에 다시 중학교 입학 그리고 딸아이 기숙사행으로 바쁘고 바쁜 2월 중순과 3월 초였다. 이삿짐 정리만으로도 벅찼는데 감기몸살까지 걸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지난 3주간 꿈도 꾸지 못하다가 이제야 정신 차리고 아들 수학 문제집을 펼치니 어디까지 했는지 찾는데만 한참 걸렸다. 목차를 보며 찾아보니 정수와 유리수 차례다. 지난 I단원이 자연수의 성질이었는데, 이제 자연수에서 수를 확장하여 배우는 것이다.
수를 세기 위하여만 사용한다면 어쩌면 0이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물론 10, 20등의 수를 쓸 때에 0을 사용하는데 이럴 때 사용하는 0은 10진법 기수법 체계에서 수를 계산하기 위하여 필요한 0이고 수의 확장에서 사용하는 0과는 다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내가 무진장 헛갈려 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도 예전의 나 같은 분이 있으실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나만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므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평범한 나들을 위하여 수의 확장에 대하여 설명해 보려 한다.
자연수에 0의 포함 여부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학교 수학에서는 일단 제외한다. 자연수는 개수를 세기 위하여 사용하기 시작했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은 일단 생각하지 않고 발달해 온 것이다. 사실 수를 개수를 세는 것에만 사용해 왔다면 0은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에서도 0은 제일 나중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인류가 덧셈만 했다면 0은 영 발견이 안되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생활하다보면 뺄셈이 꼭 필요해진다. 사과도 따면 먹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뺄셈을 하다 보면 곧 없다의 0이 필요해진다.
1-1=0
이렇게 필요에 의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0이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정수에서부터이다.
우리가 보통 수직선에서 사용하는 0을 보면 오른쪽에 양의 정수가 왼쪽에 음의 정수가 있고 양의 정수와 음의 정수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그 지점에 바로 0이 있다. 나 어릴 적 체육시간에 체육선생님은 우리를 수직선처럼 쭉 세운 뒤 가운데 있는 학생에게 "기준"이라고 외치게 했었던 적이 있다. 자연수에 머물던 수를 정수 영역으로 확장해 들어갈 때 0은 바로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0은 양의 정수에도 음의 정수에도 속하지 아니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뺄셈은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는 것이다.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는 뺄셈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야 하는 일이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적자이다.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돈이 부족하게 되고 사람들은 아마 그 부족을 표시할 방법을 고안했을 것이다. 요즘은 병원에 가보면 통증의 정도를 0에서 5 또는 0에서 10의 스케일로 표시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추상적인 아픔의 정도를 숫자로 표시하게 하여 명확하게 해 보려는 것이다. 늘 사용하는 온도도 얼마나 개인마다 느낌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0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표시하니 일견 개인차 심한 온도를 표준화할 수 있지 않은가. 예전에도 분명하게 이러한 시도는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너스(-) 부호가 생겨났을 것이다.
이리하여 0은 없다는 의미 외에 기준이라는 의미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음수가 등장하여 정수체계가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 수학에서 수포자로 생활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포자들이 음수의 개념을 무리 없이 사용한다. 겨울날 추울 때 -10도(영하 10도)라고 말하고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말도 모두 알아듣는 것을 보면 어쩌면 수학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학교에서 수학 시간을 모두 수면시간이나 자습시간으로 할애하며 보냈지만 일상의 정수쳬계를 무리 없이 사용하는 나 같은 수포자가 주변에 여럿 있으니 말이다.